정복자 펠레 레인보우 북클럽 10
마르틴 안데르센 넥쇠 지음, 정해영 옮김, 최창훈 그림 / 을파소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개구리 소년 빰빠밤 개구리 소년 빰빠밤 네가 울면 무지개 언덕에 비가 온단다~~"

어릴 적 무척 좋아하던 만화 주인공이다. 우리에게는 작은 연못이지만 개구리 소년 왕눈이에게는 삶의 터전인 그 곳에는 못된 악당 투투 일당이 살고 있다. 착한 왕눈이는 늘 괴롭힘을 당하지만 꿈과 용기를 잃지 않는다.

혼자 멋지게 피리를 불며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개구리 소년 왕눈이는 정말 멋진 친구였다.

여기에도 이런 멋진 소년이 등장한다. 펠레 칼손.

<정복자 펠레>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덴마크 작가, 마르틴 안데르센 넥쇠의 대표작이다. 1906년에서 1910년 사이에 발표된 대하소설로 총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그 중 1부다. 작품 해설을 보니 작가의 삶이 소설 속에 많은 부분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난하고 고된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자신의 꿈을 잃지 않았기에 작가로 성공할 수 있었다.

1부 이야기는 소년 펠레가 아버지와 고향을 떠나 보른홀름 섬의 스톤 농장에서 지내는 유년기를 보여준다. 

펠레와 아버지 라세가 보른홀름 섬에 입항하는 날은 1877년 5월 1일이다. 굉장히 상징적인 느낌을 준다. 안개가 잔뜩 낀 바다를 지나는 장면은 펠레의 삶을 어느 정도 예상하게 해준다. 그 당시에는 노동자의 권익은 생각해볼 수도 없는 열악한 환경이다. 거의 노예처럼 뼈빠지게 일하고 낮은 임금에 항의조차 못 한다. 펠레가 힘없는 소년이라고 부당하게 놀림을 당하지만 믿었던 아버지는 선뜻 나서서 변호해주지 못한다. 말로는 큰소리치며 세상으로부터 지켜주겠다던 든든한 아버지였는데 현실은 힘없고 비루한 늙은 남자일뿐이다. 소년 펠레는 조금씩 냉정한 세상을 배워간다. 그리고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익힌다. 소년의 꿈은 배부른 음식과 따뜻한 보금자리가 아니다. 소년의 꿈은 세상을 정복하는 것이다. 아버지 라세는 결코 상상하지 못한 꿈이다.

스톤 농장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그 꿈을 향해 소년은 떠날 결심을 한다. 힘차게 노래를 부르며 넓은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펠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지만 이미 이 장면만으로도 펠레의 미래가 보이는 듯 하다. 두려움에 안주하지 않는, 당당한 펠레를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이 책은 청소년 문학답게 매력적인 주인공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진실하고 유쾌한 에너지로 주변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든다. 고단한 현실에 지친 어른들에게도 힘이 될 이야기다. 어쩌면 어른들에게 더욱 필요한 내용인지도 모르겠다. 아버지 라세처럼 안주할 것인가, 펠레처럼 과감히 떠날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의 꿈을 놓치지 않으면 된 것이다. 또한 순간의 행복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있으면 된다. 칼레 삼촌처럼.

전반적인 배경이 가난하고 암울한 현실인데도 희망차고 밝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멋진 소년 펠레와 긍정의 대가 칼레 삼촌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처럼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웃으며 대할 수 있다면 불행이 오히려 숨어버릴 것 같다.

<정복자 펠레>가 들려준 희망의 이야기 덕분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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