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사는 이유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
멕 로소프 지음, 김희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청소년들에게 "네가 사는 이유가 뭐니?"라고 묻는다면 무슨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산다는 건, 얼마큼 살았느냐 보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다시 말해서 어리다는 이유로 그 삶을 가볍게 혹은 단순하게 짐작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어른이 되고 나면 그런 사실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건지 모르겠다. 겨우 몇 십 년 더 살아봤다고 잘난 척 하는 철부지 어른이 된 것 같다.
<내가 사는 이유>의 주인공은 열다섯 살 소녀 엘리자베스, 아니 데이지다. 원래의 우아한 여왕님 이름보다는 흔하고 평범한 데이지로 불리길 원하는 아이다. 미국에서 살다가 새엄마와의 갈등으로 영국 시골에 살고 있는 펜 이모의 집으로 보내진다.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은 펜 이모가 아니라 사촌인 에드워드다. 열네 살 소년이 담배를 피우고 지프차를 운전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순간 빨간불이 켜진다. 반항아 혹은 문제아가 아닐까라는 몹쓸 선입견이 끼어든다. 어쩌다가 한심하고 꽉 막힌 어른이 된 건지,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청소년문학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콘크리트 도시 뉴욕에서만 살던 데이지는 펜 이모의 전원주택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가족은 펜 이모와 네 명의 사촌들이다. 열여섯 살 맏아들 오스버트, 열네 살 쌍둥이 형제 에드워드와 아이작, 아홉 살 막내딸 파이퍼. 펜 이모는 늘 일이 바빠서 사촌들은 자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익숙하다. 즉 어른들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는다. 학교에 다니는 오스버트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집에서 스스로 배우고 자유를 즐긴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데이지에게 사촌들과의 전원 생활은 자유와 사랑으로 치유되는 과정이다. 그 와중에 전쟁이 일어난다. 여기서 잠시 혼란스러웠다. 핸드폰이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을 보면 현대인데 무슨 전쟁을 말하는 건지 몰랐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작가가 설정한 가상의 전쟁이었다. 무슨 전쟁인지는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주의 깊게 봐야 될 것은 시대적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의 삶이다.
정신적인 고통을 거식증으로 드러낸 데이지가 영국 시골에 오면서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지고 파이퍼에게 가족애를 느끼며 평온함을 누린다. 그러나 영화 같은 해피엔딩을 거부하듯 전쟁은 다시금 데이지에게 고통을 주지만 원래 겪었던 고통과는 차원이 다르다. 고통스런 현실에 굴복하기 보다는 당당히 맞선다. 극복해야 될 이유와 책임이 생긴 것이다. 바로 희망이다.
작가 왈, 불운한 시대의 역경 속에서 두 아이의 순결한 사랑 이야기를 썼다면 쓰레기 같은 소설이 되었을 거라고 말한다. 그렇다. 불순한 어른들이 상상할 만한 사촌 간의 사랑은 진부하다. 아무리 순수한 사랑을 강조해도 바라보는 어른들이 순수하질 못하니 싸구려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데이지의 삶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면 그녀가 경험한 사랑은 바로 삶의 이유다.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은 한 사람의 인생인 것이다. 누구 한 사람, 특별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