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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1
스제펑 지음, 차혜정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난세의 영웅들을 만났다.
삼국지의 인기가 <적벽대전>을 통해 더욱 뜨거워지지 않았을까 싶다.
삼국지를 한 번 읽었을 때는 몰랐는데 적벽대전을 읽으면서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
바로 역사 속 영웅을 다시 돌아보게 된 점이다. 원래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수십 번을 읽는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를 알 것 같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한 번에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다양한 인물들이 지닌 매력이 만만치 않다. 영웅이라 칭송받는 이들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후세의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 역사다.
삼국지의 수많은 사건들 중 하나인 적벽대전은 후한 말기,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이 조조와 싸워 승리한 전투를 말한다. 실질적인 주인공은 손권의 장수 주유와 유비의 군사 제갈량이라 할 수 있다. 그 당시 천하통일을 이루려던 조조의 막강한 대군을 무너뜨린 것은 전략의 힘이다.
솔직히 전쟁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적벽대전은 꽤 흥미진진하다. 아마도 전쟁 자체가 아닌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장수들 간의 두뇌 싸움 때문일 것이다. 사실 전쟁은 스포츠가 아니니까 공정하게 힘을 겨룰 필요는 없다. 어떻게 하면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적군을 무찌를 것인지가 관건이다. 왜냐하면 전쟁은 누가 이기든 수많은 군인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적벽대전에서는 주유와 제갈량의 계략이 돋보인다. 반면 조조군은 조조의 어리석은 선택으로 떼죽음을 당하고 만다. 적벽대전의 승리는 계략에 넘어간 조조의 실책으로 인한 것이다. 권력을 쥔 자가 현명하지 못하면 고통과 희생은 민초들의 몫이 된다. 결국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아무도 없다. 어쩌면 죽음인지도 모르겠다. 전쟁을 통해 인간의 삶이 헛되고 무모한 죽음에 이른다는 걸 알게 되니 말이다.
적벽대전은 먼지 쌓인 역사의 한 편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생생한 삶의 현장을 보여준다. 가끔 세상살이를 전쟁터에 비유하듯 말이다. 적벽대전에서 각 인물은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없이 나름의 개성을 느끼게 한다. 어떤 모습으로 살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그들을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는 있다. 성인군자로 여겨지던 유비는 다소 위선적인 면이 엿보이고, 잔인무도한 조조는 현실에 충실한 실리주의자로 보이기도 한다. 도전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유표 역시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신중함이라 여길 수도 있다. 무조건 유비가 옳고 조조가 그른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것이라 여겨진다. 뛰어난 용맹과 지성, 외모를 갖춘 주유도 어찌보면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다. 따지고 보면 선하고 의로운 사람은 난세의 영웅이 될 수 없는지도 모른다. 온갖 계략으로 적을 속이고 승리하려는 전쟁터에서 예법은 가식일 수도 있다.
주유의 아내 소교는 눈물을 비처럼 흘리며 말한다. "당신이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우리는 정확히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소설을 통해 역사 속 영웅들의 내면을 짐작할 뿐이다. 영웅도 결국은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한 인간인 것이다. 오늘날 영웅은 어떤 의미일까?
영화를 보니 잘 생긴 남자배우들 덕분에 적벽대전이 웅장하고 멋지게 그려졌다. 화려한 영화도 좋지만 기왕이면 책으로 만나보는 것이 난세의 영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