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깅이는 새까맣고 머리에 땜통이 있는 소년의 별명이다. 해맑고 귀여운 똥깅이를 떠올리니 슬며시 우리 아버지 생각이 난다. 해방 전후 세대의 어린 시절이라면 거의가 배고프고 힘들었던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굶는 일이 다반사라 늘 먹는 것이 제일 중했다던 그 시절이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졌는데, 똥깅이를 보니 왠지 친근하다. 비록 우리 아버지는 아니지만 조금 더 아버지 세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똥깅이>는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청소년을 위한 버전으로 낸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원작에 비해 제주 4. 3 대참사 부분이 일부 생략되고 성장 소설의 느낌이 더 강해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말하라 하면, 제주 대참사일 것이다. 교과서를 통해 겨우 몇 줄 정도의 내용으로 기억되던 제주 4. 3 사건이 똥깅이의 시선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인다. 실제 폭도 누명을 쓴 주민이 아니라 상황을 잘 모르는 읍내 아이였지만 사건이 가져온 비극과 고통은 짐작할 수 있다. 동족이 한순간 적이 되는 기막힌 상황은 우리 민족의 한(恨)일 것이다. 겨우 일곱 살 즈음 소년에게는 뭔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그런 무심함이 오히려 비극을 더 강렬하게 전해준다. 소년들이 재미로 가지고 노는 곤충들처럼 우리 민족의 역사도 함부로 다뤄진 느낌이다. 소년들에게는 무심한 장난이 벌레들에게는 생사가 달린 문제인 것을. 억울하게 폭도로 몰려 죽음과 기아로 고통 당한 사람들을 떠올리니 숙연한 마음이 든다. 원작을 읽지 못했지만 똥깅이 어머니의 말씀을 듣는 순간 깨달았다.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가는 일,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그 시절을 살았던 수많은 이들의 삶이다. 배불리 먹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할 만큼 삶이 각박했지만 똥깅이는 문학소년으로서의 꿈을 꾼다. 꿈이란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어렵고 힘들어도 꿋꿋하게 견디어 낸 똥깅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에게도. <똥깅이>를 보면서 아버지 세대가 겪었을 아픔이 전해지는 듯하다. 또한 고등학생이 된 똥깅이의 사춘기 모습은 시대와 상관 없이 공감할 만하다. 문학적 감수성과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뒤섞여 엉뚱한 반항을 했던 똥깅이가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간다. 그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 흐르는 세월의 힘인 것이다. <똥깅이>는 한 소년이 태어나서 고등학생 시절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기영 작가님의 자전적인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나간 역사가 아닌 생생한 인생을 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