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 컬트의 제왕이 들려주는 창조와 직관의 비밀
데이빗 린치 지음, 곽한주 옮김 / 그책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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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간에 서로 통한다는 건, 시간과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처음 만난 사이일지라도 친밀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래 알고 지냈어도 뭔가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데이빗 린치는 누구인가?

이름만으로는 몰라 봤다. 한 때는 영화를 즐겼는데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는 영화감독이다. 역시 영화감독을 기억해내려면 영화를 살펴봐야 한다.  영화 <이레이저 헤드>, <엘리펀트 맨>, <블루 벨벳>, 텔레비젼 시리즈 <트윈 픽스>, <멀홀랜드 드라이브>, <인랜드 엠파이어> 등 1980년 대부터 영화를 즐긴 분들이라면 기억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무슨 내용일까?

창의적인 작업을 수없이 하는 영화감독은 창조와 직관이 어디서 나오는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할 것이다. 데이빗 린치는 당당하게 그 비밀을 밝힌다. 아이디어가 물고기라면 어떻게 물고기를 잡는지 알려준다. 이 책의 원제목도 <Catching the Big Fish : Meditation, Conscious-ness, and Creativity>이다. 솔직히 빨간방은 호기심을 끌기에는 멋지지만 실제 내용과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다. 중간에 그가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빨간방을 구상하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나오는 지는 물고기를 통해 연상할 수 있다. 그에게 있어서 큰 물고기는 영화로 옮길 수 있는 물고기다. 큰 물고기를 찾아 더 깊은 곳으로 잠수하는 방법을 그는 '초월명상법'이라고 말한다.

그가 33년간 수행해왔고 진가를 발휘한다고 믿는 '초월명상법'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간단하게 설명한다.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있는 공간에서 아침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매번 20분 정도 명상을 한다고 한다. 명상에 대한 구체적인 소개는 없다. 단지 그가 명상이 주는 긍정의 힘을 통해 어떻게 영화를 제작하고 삶의 행복을 누리며 사는지를 이야기한다.

명상은 종교가 아니다. 아마도 그 때문에 자세한 언급을 피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각자의 종교 혹은 믿음에 따라 알맞은 명상법을 찾으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명상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짧은 시간이다.

어쩌면 당장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책이 전문적인 명상서적이 아니라서 그런지 명상에 대한 관심 보다는 데이빗 린치라는 인물 자체와 영화 세계가 더 끌린다.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에 쫓기듯 살아간다. 그나마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겠지만 나름의 고통이 있을 것이다. 영화감독으로서 관객을 감동시킬만한 영화를 만드는 일도 엄청난 스트레스가 뒤따른다. 데이빗 린치는 삶이 주는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자신만의 방식, 초월명상법으로 풀어낸다. 특이한 점은 명상을 하는 영화감독이 만든 작품은 다소 음침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많다는 것이다. 명상을 한다고 해서 밝고 아름다운 영화만 만들라는 법은 없으니까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또한 영화 분위기가 어둔 것이지 영화감독 본인은 무척 즐겁게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 더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명상을 통해 인간의 악한 본성을 더욱 적나라하게 그려냈으니 창조와 직관의 힘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오랜 만에 데이빗 린치 감독의 영화들을 보고 싶다. 낯선 그가 꽤 친밀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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