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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원으로 놀아주기 - 우리 집은 실내 놀이터
현득규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아이를 키우면서 놀아주는 일이 숙제처럼 느껴진다.
왜 그럴까? 어쩌면 예전과는 너무나 달라진 세상 때문일 것이다. 우리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골목길에서 와글와글 떠들며 뛰어놀던 기억이 날 것이다. 그때는 어른들이 "밖에 나가 놀아라."라고 허락하면 그뿐이었다. 동네 꼬마들이 모여서 조금 더 큰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흉내내며 같이 어울려 놀았다. 노는 일은 먹고 자는 일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다르다.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또래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는 장난감이 필요하고, 정해진 놀이터나 문화센터를 이용한다. 세상이 무서워진 탓에 "밖에 나가 놀아라."라는 말은 거의 한 적이 없다. 그러니 아이들이 놀기 위해서는 부모가 뭔가를 해줘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0원으로 놀아주기>라는 책을 보고 무척 반가웠다. 그 동안 아이들과 뭘 하고 놀아야 할 지 막막했던 사람으로서 멋진 참고서를 얻은 셈이다. 책을 받자마자 쭉 읽어 보니 사진으로 놀이 방법을 설명하고 있어서 따라하기도 쉬울 것 같다. 옆에서 아이들도 책을 보더니, 환호성을 지르며 여기대로 놀아 달라고 조른다. 큰 애는 벌써 책을 훑어보고 사진만 봐도 재미있겠다고 벌써 놀이를 정해놓고 성화다.
이 책은 특히 아빠가 놀아주면 더욱 효과적일 것 같다. 물론 엄마가 놀아줘도 좋겠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놀 시간이 많지 않은 아빠가 함께 하면 가족 간의 애정이 급상승할 것 같다.
주말에 엄마, 아빠가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준다면 비싼 장난감을 사주거나 힘들게 놀이 공원을 찾지 않아도 아이들은 충분히 즐거울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해준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정말 돈 들일 것이 없다. 흔한 페트병이나 휴지, 신문지 정도만 있어도 놀이가 되고, 더 준비할 수 있다면 집에 이미 있는 인형이나 탱탱볼, 풍선을 이용할 수도 있다.
<0원으로 놀아주기>에서 "0원"에 초점을 맞춘 사람은 돈 안들고 좋구나 생각하겠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은 "놀아주기"다.
여기서 중요한 준비물은 부모 자신이다. 아이들을 위해 놀아줄 수 있는 체력과 시간만 있다면 준비 완료다. 부모 입장에서는 비싸더라도 장난감을 사주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내 아이를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부모라면 무엇이 더 현명한 선택인지를 알 것이다.
아이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부모일 것이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아이를 위해서 함께 놀아준다면 아이는 진심으로 부모의 사랑을 느낄 것이다. 즐겁게 웃으며 함께 하는 것이 바로 가족이란 것을 몸과 마음으로 알게 될 것이다.
그 동안 방법을 모른다는 핑계로 놀아주는 일에 소홀했는데 앞으로는 꼼짝없이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에 충실하게 될 것 같다.
이 책을 만드신 현득규님의 사진을 보니 넉넉하고 푸근하게 느껴진다. 국내 최초 남자 베이비시터로서 십 년 넘게 유아 체육 교육을 담당했고 실제 자신의 세 아이를 키우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보여준 것 같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을 숙제처럼 조금은 귀찮게 여겼는데 이 책을 보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힘들고 지치다가도 아이들의 밝고 해맑은 웃음 소리에 기운이 나듯이 아이들과 놀아주기는 부모에게 힘든 일이 아니라 힘나는 일이다.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놀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다. 아기였던 아이들이 벌써 뛰어노는 것을 보면 지금 아이들과 놀 수 있는 시간도 금세 지나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부모를 졸라대며 놀아달라고 할 때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아이를 키우는 지금 이 순간이 부모로서 누릴 수 있는 멋진 기회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아이와 놀아주는 일이 "부모라서 행복해요!"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많은 부모님들이 부모로서의 행복을 확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