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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하며 이겨내는 나의 우울증
엘리자베스 스와도스 지음, 이강표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현대인들에게 우울증이란 감추고 싶은 마음의 병이 아닐까 싶다.
어디 몸이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겠지만 왠지 우울증은 선뜻 말하기가 어렵다. 뭔가 자신이 제대로 관리를 못해 문제가 생긴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돼서 일수도 있다. 흔히 “아, 요즘 우울해!”라고 말할 때처럼 잠시 울적한 기분과는 다른 정신적 고통이 바로 우울증이기 때문에 함부로 드러내질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우울증에 걸린 사람 중에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미처 모를 정도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드러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이러저런 이유로 우울증 치료를 받기가 힘들다. 가까운 지인 중에는 정말 병원 치료를 받고 싶은데 정신과 진료기록이 사회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망설이고 있다. 그 역시 본인이 심한 우울증이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
알게 모르게 우리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우울증.
이 책은 <낙서하며 이겨내는 나의 우울증>이다. 제목만 보고 낙서가 우울증 치료에 좋다는 내용인가 하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전혀 아니다.
저자는 우울증 치료를 해주는 의사가 아니다. 대신에 우울증을 직접 겪었던 경험자로서 자신의 삶을 낙서로 보여준다. 왜 낙서인지는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거의 초등학생 수준의 그림이라 할 정도의 휘갈겨 그린 것 같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라는 실망감이 생긴다. 그러나 점점 책장을 넘길수록 우울증의 실체를 발견하게 된다.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다는 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충고하는 사람들 중에 대다수는 우울증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잘난 척 한다. 여기서 정신과 의사는 제외하겠다. 우울증 치료제가 꽤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그들은 우울증에 관심을 갖고 치료하는 사람들이니까.
우울증의 치명적인 결말은 자살일 것이다.
책 내용 속에 어머니와 오빠가 자살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갑자기 저자가 비극의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만약 가족 중 누군가가 자살했다면, 사실 상상하기도 싫다. 미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비극적인 일들이 때로는 치명적인 독으로 마음을 병들게 할 때, 도움을 받아야 한다. 진정으로 이해해줄 수 있는 믿을만한 사람들에게 도움 받는 일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엘리자베스 스와도스.
책에 그녀의 사진이 나와 있다. 마치 나이든 피터 팬 같다. 해맑게 웃고 있지만 고통을 견뎌낸 듯한 흔적이 느껴진다. 그녀의 볼품없는 낙서 속에는 진솔한 고백이 담겨 있다. 그녀가 알려준 우울증 치료법은 이것이다.
바로 자신처럼 우울증에 관해서 적어보라는 것, 낙서 혹은 그림도 좋다.
그리고 우울증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의학적인 도움도 받으라는 것이다. 적극적인 행동이 우울증에 빠진 당신을 구원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우울증 치료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여기는 사람은 분명 우울증 환자가 아니라 잠시 울적한 사람이 아닐까?
기분이 울적할 때는 차라리 음악을 듣자. 아니면 춤을 추던가.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 울적함은 금세 사라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