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창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계속 열심히 살아주세요, 분명히 훌륭한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470p)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 떨어졌다. 미래에서 온 아들이 남긴 마지막 말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어쩌면 내게 아이가 없었다면 그 정도의 감동은 아니었을 것 같다.
스물 세 살 다쿠미는 백수 청년이다. 가끔 잡다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정도다. 아사쿠사 놀이공원에서 사기성 짙은 영업 일을 하던 중, 열 일곱 살 도키오를 만난다. 처음 만난 도키오는 왠지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럴 수 밖에, 미래에서 온 다쿠미의 아들이니까. 미래에서 왔다는 SF적 요소가 꽤 흥미를 일으킨다.
그러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수록 시간 여행보다는 아버지와 아들 혹은 어머니와 아들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도키오가 왜 과거의 아버지를 찾아 시간 여행을 왔을까는 금세 의문이 풀린다. 정말 다쿠미는 형편 없는 젊은이다. 도키오가 아들이지만 오히려 더 듬직하게 여겨질 정도로 하는 일마다 경솔하다. 어쩔 수 없는 아버지의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끝까지 돕기 위해 애쓰는 도키오가 대견스럽다.
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통해 미래를 본다. 아이들은 부모의 과거를 통해 자신의 현재를 이해한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과 부모-자식 간의 인연을 이야기한다. 또한 일련의 사건을 통해 사회적 비리를 살짝 들춰낸다.
도키오의 존재는 신비로운 시간 여행자라기 보다는 우리에게 성찰의 시간을 주는 매개체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내게 아이가 없었다면 인생이 공허했을 것이다. 늘 인생에 대해 불만이 많던 내게 진심으로 삶을 감사하게 만든 사람이 현재의 가족들이다. 부모가 된다는 건 대단한 경험이다. 그래서 부모가 될 수 있게 해 준 내 아이와 지금을 살아갈 수 있게 해 준 부모님께 감사 드리고 싶다.
훌륭한 인생이란 대단한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다.
도키오가 한 말처럼 열심히 살다 보면 분명 훌륭한 인생이 기다린다는 건 우리 모두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모두 훌륭한 인생을 사는 것이다.
다쿠미와 레이코의 아들, 도키오는 말한다. 같이 있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태어나길 잘했다고 말이다. 도키오, 넌 정말 멋지다. 나도 부모님께 이 말씀을 꼭 해드리고 싶다. 아직까지 못했다는 것이 좀 부끄럽지만 아직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당신에게 분명히 말해두죠. 내일만이 미래가 아니라고요. 그것은 마음 속에 있어요. 그것만 있으면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어요. …… 당신이 미래를 느낄 수 없는 건 누구의 탓도 아니에요. 당신 탓이에요. 당신이 바보기 때문이라고요!” (398P)
나도 그 동안 바보처럼 살았다.
도키오, 고맙다. 네 덕분에 알게 됐다.
처음에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끌렸지만 곧 멋진 한 방으로 진한 감동을 느꼈다.
세상에 수많은 바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당신이 바보가 아니라면, 정말 축하한다. 이미 멋진 미래를 살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