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의 책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존 코널리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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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른들의 마음 속에는 그의 과거인 어린아이가 살고 있고

모든 어린아이의 마음 속에는 그의 미래인 어른이 살고 있기에.  존 코널리

작가의 말 그대로다. 이 책은 어른들에게 매우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거 어린 시절에 꿈꿨던 수많은 환상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그 환상들이 아름답지만은 않다.

최근에 한국영화 <헨젤과 그레텔>을 봤다. 귀엽고 깜찍한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내용은 매우 섬찟한 공포물이다. 신비로운 숲과 이상한 아이들이 어른을 가두고 죽이는 무서운 내용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악한 모습은 결국 어른들의 탐욕이라는 또 다른 모습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 역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진부한 결말을 거부한다. 동화라는 신비로운 세계가 어른들에 의해 파괴된 잔혹한 현실 세계와 뒤섞여 존재한다.

2차 세계대전 중인 영국, 열 두 살 소년 데이빗은 엄마를 잃었다. 그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아빠는 로즈와 재혼한다. 그리고 이복동생 조지가 태어나다. 데이빗이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책 속에 빠지는 길이다. 어느 날 데이빗은 꼬부라진 남자를 쫓아 새로운 세상으로 빨려 들어간다.   

아마도 그 세상은 잔혹한 동화의 나라가 아닐까 싶다. 데이빗이 벗어나고 싶었던 현실보다 더 끔찍한 모습이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동화 <빨간 모자>, <헨젤과 그레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등의 이야기가 살벌하고 잔인한 내용으로 변하여 등장한다. 늑대인간, 트롤과 같은 괴물들이 인간을 공격한다.

실제로 데이빗이 살고 있는 현실은 전쟁 중이다. 전쟁을 겪는 아이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안락한 집, 사랑하는 가족을 한 순간에 잃게 된다면 아이는 더 이상 아이일 수 없을 것이다. 아이에게 동화 속 이야기는 현실을 향한 꿈과 희망이다. 또한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의 존재는 세상 전부라고 여길 만큼 큰 의미를 지닌다.

어린 데이빗에게 새엄마 로즈와 이복동생 조지는 그 세상을 빼앗아 간 존재다.

지하 정원 돌담 밑으로 갑자기 또 다른 세계로 들어 간 데이빗.

현실보다 더 무서운 그 곳에서 벗어날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왕이 가진 <잃어버린 것들의 책> 이 있어야 된다. <잃어버린 것들의 책>을 찾아 떠나는 데이빗의 모험이 바로 이 책의 줄거리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숲사람, 롤랜드는 아빠처럼 그를 지켜준다. 꼬부라진 남자는 끊임없이 데이빗을 시험한다. 마치 악마의 유혹처럼 우리 내면에 불신과 의심의 씨를 뿌린다.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생각했던 늑대인간, 그리고 그토록 찾아 헤맸던 늙은 왕을 통해 연약한 소년은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한 소년이 어른이 된다는 건 삶의 진실을 이해하는 순간일 것이다.

데이빗이 경험한 새로운 세상은 악몽 같은 현실이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투쟁 즉 어른이 되는 과정인 것이다.

우리 삶에서 잃어버린 것들은 무엇일까?

그러나 정말 중요한 진실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 아닐까?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가 잃을 것은 그 자체일 것이고

그 삶의 순간을 지나면 다시 새로운 삶이 주어질 것을 믿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아무 것도 잃은 것이 없다고……

이 책을 읽고 나니, 삶이 우리에게 준 모든 것에 감사하고 싶다.

<잃어버린 것들의 책>은 정말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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