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1 -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신 클래식 강의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에 유난히 싫어하는 과목이 있었다면 십중팔구 담당선생님 때문이다. 왜냐하면 과목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되니까.

그렇다면 클래식은 어떠한가?

흔히 클래식을 고상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나 지루하고 어려운 음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게 있어서 클래식은 공포였다. 그 근원을 따지자면 어린 시절로 거슬러가야 한다. 솔직히 클래식이 무엇인지도 모를 나이에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됐다. 정말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얼굴이 기억난다. 검정 뿔 테 안경을 쓴 노처녀 선생님이었는데 왜 노처녀인지를 강조하느냐 하면 기분에 따라 체벌을 했기 때문이다. 처음 피아노를 배우는 내게 클래식을 공포로 각인시킨 분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분도 클래식의 진가를 제대로 모르는 불쌍한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박자나 음정이 틀리면 가차없이 막대기로 손등을 쳤다. 잔뜩 주눅들어서 피아노 연습을 한 뒤에는 음악 이론에 대한 문제집도 풀어야 했다. 8분 음표, 4분 음표, 온음표 등등. 분명 어머니께서는 피아노를 통해 풍부한 감성과 음악적 재능을 키우라는 목적으로 보내셨겠지만 내게는 수난의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 연습 시간을 조금 늦었다는 이유로 심한 체벌을 하셨다. 이 일을 계기로 어머니께 눈물로 하소연하여 그만두게 됐다. 이제 해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그 뒤로 학교에서 음악 시간 자체가 싫어졌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참으로 불행스런 일이다.

음악교육의 개혁자 코다이와 비슷한 선생님만 만났더라도 내 인생이 더욱 풍요롭지 않았을까 싶다. 코다이가 남긴 명언을 살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음악을 즐겨야 한다. (276p)

한두 세대 뒤에 나라의 음악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를 걱정하는 사람은 학교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277p)

어린이들은 문맹보다도 나쁜 교육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음악을 모르는 것은 글을 읽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나쁘다.라고 말한다. 음악은 영혼을 위한 글이라는 것이다. (284p)

그렇다고 해서 클래식을 완전히 등진 것은 아니다. 교양 차원에서 억지로 관련 서적을 읽거나 음반을 사서 듣기도 했다. 문제는 여전히 즐기는 음악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알아야 될 음악이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바로 이 책은 클래식에 대해 꽁꽁 얼었던 마음을 조금씩 녹여준다.

일단 처음부터 마음에 든다. 순순히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인정하고 들어간다.

지루하고 어렵고 재미없느냐? 맞다. 내 탓이다. 클래식의 진가를 연주자만 느꼈으니 대중과의 의사소통을 제대로 못한 탓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내 얘기를 들어봐라. 이론적인 클래식이 아니라 클래식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위대한 음악가들도 그 내면을 살펴보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다. 클래식을 제대로 느끼려면 그 안에 사람을 알아야 한다.

저자 윤범은 콰르텟티스트(Quartetist). , 전문용어 등장인가 하고 놀라지 마시라. 클래식 연주자와 애호가를 가리키는 말인데 특히 현악사중주를 최고의 음악으로 신봉하며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는 바이올리니스트이면서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다. 파격적인 기획과 도전으로 매스컴의 찬사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제껏 전혀 몰랐다. 예전 같으면 몰랐다는 사실이 조금 부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당당하고 싶다.

왜 대중매체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보여주지 않는 거야?라고 따지면서 말이다. 그 동안 클래식에 무관심한 대중들을 무식하다고 손가락질 한 사람들에게 화살을 돌리고 싶다. 그토록 좋은 음악이라면 좀더 쉽고 재미있게 알려줬어야지.

그런 면에서 저자에게 큰 박수로 답례하고 싶다. 클래식을 외면한 수많은 사람들(나를 포함한)에게 이 책을 통해 다정한 손길을 내민 것이다. 정말 멋진 음악을 들어볼래요?

아쉽게도 이 책에는 CD가 없다. 대신 바로크에서 고전파, 낭만파, 근대음악,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추천할 만한 목록을 소개하고 있다. 당연히 전부 수록된 CD가 있었다면 책 가격이 높아졌을 것이고 이 또한 대중에게 외면 당할 소지가 있다.

일단 좋은 사람(음악)을 소개시켜 줄 테니까 만나는 것은 자유랍니다.

, 만나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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