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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ㅣ Miracle 2
김재한 외 지음, 김봉석 해설 / 시작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환상은 현실을 벗어난 도피처가 아니다. 오히려 더욱 현실적인 감각을 일깨워준다.
이것이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을 읽은 소감이다.
소재가 기묘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지극히 현실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홉 명의 작가가 각자의 매력을 발산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순전히 나의 감상만을 적어보면 이렇다.
* 상아 처녀 – 김철곤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사랑은 누구를 위한 사랑인가? 우리는 너무 쉽게 사랑을 말한다. 내 방식대로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가장한 욕망일 뿐이다. 함부로 사랑을 말할 때 순수한 영혼은 상처를 입는다.
** 카나리아 – 정지원
노래를 잊은 카나리아는 뭘까? 인간답지 못한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우리는 흔히 피도 눈물도 없는 파렴치한을 흡혈귀에 비유한다. 그런데 그 흡혈귀가 미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이미 미쳤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는데.
노래 부르지 않는 카나리아는 잊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노래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걸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 용의 비늘 – 최지혜
신비로운 우투 족의 왕녀 레첸의 이야기다. 환상문학다운 소재다. 용의 비늘을 찾아나서는 용감한 그녀는 전형적인 주인공의 모습을 닮아있다. 시련과 고통 그리고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시기. 우리의 모습은 곧 우리의 역사다.
**** 윈드 드리머 –방지나
자유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다. 마치 꿈 속에서 벌어질 일들 같다. 아무리 모습을 바꿔도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의 꿈- 훨훨 자유롭게 날고 싶다.
***** 사육 – 홍정훈
햇빛 아래에 설 수 없는 자, 그는 흡혈귀다. 그는 불법 체류자가 살아가는 것보다 힘들다고 말한다. 어째서 흡혈귀인 너는 쫓기고 숨어사는 불쌍한 존재인 거니? 세상은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헷갈린다.
****** 목소리 – 류형석
‘전설의 고향’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다. 권선징악, 사필귀정 등의 교훈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그냥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서 좋다.
******* 내가 바란 단 하나의 행복 – 이성현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기준은 뭘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 같지만 그래도 나름의 신선함을 찾을 수 있다. 행복을 보여지는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
******** 세계는 도둑맞았다 – 김재한
SF적인 소재가 마음에 든다. 과학의 시대를 지나 마법의 시대인 미래세계는 지구의 평화를 위해 마법사가 활동한다. 왠지 애니메이션 느낌이 충만한 이야기다. 가장 독특한 이야기로 꼽고 싶다.
********* 과거로부터의 편지 – 이상민
마지막에 소름이 돋는 무서운 이야기 중 하나 같다. 믿거나 말거나.
환상문학이 무엇인지 아홉 편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을 곧이곧대로 말하기 보다는 약간은 부풀리고 뒤집는 환상의 맛을 느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