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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는 재밌어
캐롤 렉사 쉐퍼 지음, 곽수희 옮김, 피에르 모건 그림 / JCR KIDS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유아들을 위한 순수한 그림책이다.
제목이 <놀이는 재밌어>라서 구체적인 놀이 방법이 소개되어 있는 줄 알았다. 아마 이런 착각은 어른들이 가진 편견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어른 입장에서 놀이라는 건 뭔가 정해진 규칙이 있다거나 장난감을 이용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놀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기분이다.
표지는 약간 어둔 느낌의 하늘색이고 책 제목은 반짝이는 빨간색으로 ‘놀이는 재밌어’라고 쓰여있다. 굳이 책 이미지를 말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책을 볼 때 전체적인 느낌을 꽤 예민하게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책 내용을 읽지 않고 그림만으로도 이야기를 파악할 줄 안다. 그래서 유아 그림책 중에는 글이 없는 그림책이 있는 것 같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회색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 비가 오는 어느 날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유치원 친구들이다. 어른들이라면 괜히 비 오는 날은 의기소침하거나 울적할 수도 있는데 어린 친구들은 끄떡없다. “비가 와도 우리는 신나게 놀 거야!”라고 말한다.
바로 이 책은 어느 비 오는 날 유치원에 간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일상을 보여준다. 재미나고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버스 놀이, 소방서 놀이 등을 하는 모습이 개성 있게 그려져 있다. 이 책에서 글은 한 두줄 정도로 짧으면서 글자 크기는 큼지막하다. 말이 그다지 필요 없는 책이다. 그냥 그림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이 어떻게 놀이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매력을 따지자면 그림인 것 같다. 일곱 명의 아이들이 선명하게 검은 선으로 그려져서 도드라져 보인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임을 알 수 있다. 백인, 흑인, 황인종이라는 겉모습은 상관없다. 모두가 친구다.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다양한 놀이를 할 때마다 그림자처럼 뒷부분에 새로운 모습이 덧그려져 있다. 소방서 놀이를 할 때는 소방관이 되고, 공룡 놀이를 하면 공룡이 되었다가 어느새 왕자, 공주로도 변한다.
요즘 유행하는 광고처럼 ‘생각대로 되는 놀이’를 하는 것이다.
아이가 놀아 달라고 하면 뭔가 챙기고 준비해야 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에게, 놀이는 상상만으로도 재미있다는 걸 알려준다. 아이들만의 순수하고 무한한 상상력 덕분에 어떤 상황이든 즐거울 수 있는 것 같다.
시종일관 함박 웃음을 지으며 재미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그래서일까? 집으로 돌아갈 시간 즈음 회색구름은 물러가고 파란 하늘이 보인다.
놀이는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