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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파바로티 - 신화가 된 마에스트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삶과 열정
알베르토 마티올리 지음, 윤수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클래식에 문외한인 사람으로서,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안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대중적인 성악가였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제대로 안다고 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테너라는 점과 파바로티의 음악을 들어봤다는 것 이외에는 아는 것이 없으니 말이다.
요즘 클래식과 관련된 모 드라마 때문인지 은근히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생기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서거 1주년을 기념하여 출간된 책이라서 대표곡 CD가 포함되어 있다. 역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인간의 목소리인 것 같다. 그저 들리는 대로 아름다운 음색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것이 없다. 위대한 성악가의 노래를 들으면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이 책은 파바로티의 삶을 여과 없이 그려낸 평전이란 점에서 새롭다고 할 수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재능뿐 아니라 인간적인 약점까지도 거침없이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테너가 악보를 읽지 못한다는 사실, 그의 곁을 수행했던 비서들과의 스캔들, 서른 다섯 살이나 어린 두 번째 부인과의 재혼, 탈세 스캔들 등 빛나는 성공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면들이다.
전반적인 흐름은 분명히 파바로티의 삶에서 음악적인 업적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오페라 문학사상 가장 전설적인 인물이자 명성 있는 테너였지만 그의 모든 공연이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실패한 오페라들 중 92-93 시즌의 개막 오페라 <돈 카를로스>는 음은 물론 단어조차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탓에 공연 당시 비서가 무대 뒤에서 대사를 크게 쓴 종이를 들고 있어야 했다고 한다. 더 이상 극본을 외우지 못하는 테너라니, 음악 인생의 위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운명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
‘쓰리테너’ 프로젝트는 음악사적 의미로는 엄청난 혹평을 받았지만 세속적 관점으로는 대성공을 거둔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가 함께 한 ‘쓰리테너’ 프로젝트는 비평가들에게는 클래식 콘서트 장르에 속하지 않는 저속한 쇼라고 평가 받는다. 반면에 클래식을 모르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호응을 얻어 금전적 성공을 거둔다. 또한 ‘파바로티와 친구들’은 파바로티가 테너에서 팝 스타로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10년 동안 꾸준히 여러 가수와 함께 듀엣 공연을 하여 이탈리아 팝 문화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동참한 것이다. 음악적 변절이라 볼 수도 있지만 엄청난 대중적 성공을 모른 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비슷한 공연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렴 어떤가? 대중들은 그로 인해 음악의 아름다움을 경험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파바로티는 이미 하나의 브랜드처럼 여겨진다. ‘빅 파바로티’라 불리는 것도 위대한 음악성을 포함하여 그의 거대한 체구를 빗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몸무게에 만족한다는 생각은 틀렸다. 이 몸무게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거니까, 전혀 다른 얘기인 셈이다.”
이 책을 통해 인간적인 파바로티의 모습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그의 음악적 열정과 낙천적인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결국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세계인들에게 이탈리아가 낳은 위대한 예술가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