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부가 사라졌어요! 키다리 문고 2
클레르 프라네크 지음, 김혜정 옮김 / 키다리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키다리 문고에서 출간된 프랑스 창작 동화랍니다. 글과 그림 모두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클레르 프라네크의 작품이라고 하네요. 제목부터 흥미롭죠? 우체부가 왜 사라진 걸까요?

요즘 혼자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인 우리 애가 책을 받자마자 신나게 읽더군요. 그림과 구성이 참 재미있어요. 책 첫장을 넘기면 책과 관련된 놀이가 소개되어 있어요. 우체부 노래를 부르면서 하는 수건 돌리기 놀이라서 여럿이 하면 즐거운 독후 활동이 될 것 같아요. 다만 노래를 알 수 없으니 원하는 노래에 우체부 가사를 붙여야 되는 어려움이 있네요. 정 안 되면 중얼중얼 랩을 해도 되겠네요.

이 책은 아주 친절하게도 <이야기를 읽기 전에>라는 설명이 있어요.

배경- 프랑스, 페이으브와 시, 무똥 마을

시간- 어느 때와는 다른 어느 월요일에서 다음 월요일까지

소재- 서커스 단을 도와 도망간 곰을 찾으러 떠난 우체부의 일 주일간의 실종 사건

주제-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가족애와 투철한 직업 정신

등장 인물- 우체부 프랑스와 외 다수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세요? 그러나 섣부른 짐작은 금물이네요. 왜냐하면 이 책의 매력은 줄거리 자체가 아닌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 있으니까요. 우체부 프랑스와가 서커스 단원을 돕는 동안 마을에서는 난리가 나거든요. 우체부가 사라졌으니 와야 될 편지며 물건들을 받을 수 없으니까요. 우체부 프랑스와가 사라진 월요일부터 그 다음 월요일까지 모든 등장인물들의 활동이 자세하게 그려진답니다. 마치 만화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등장인물들 중에 프랑스와의 동료 우체부들을 보면 알겠지만 세밀하게 각자 개성있는 모습을 그려냈어요.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 아니랄까봐 다들 코가 긴 걸 보니 괜히 웃음이 나네요. 역시 동화는 그림이 표현해내는 것이 더 많은 책인 것 같아요. 글도 재치있지만 그림이 프랑스다운 유쾌함과 자유분방함을 느끼게 해주네요.

저는 주제를 책에서 알려준 것 말고, "모든 직업은 소중해!"라고 생각했어요.

평범한 우체부 프랑스와가 사라진 일주일 동안 마을은 온통 엉망이 되는 상황이 다소 억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어떤 직업이든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없다면?'에 대한 확실한 답을 보여주니까요. 이 책에서는 우체부였지만 다양한 직업을 떠올리면서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아요.

매우 모범적이면서 마음씨도 따뜻한 주인공 프랑스와를 보니 저도 왠지 무똥 마을에 살고 싶어지네요.

무똥 마을, 파따뜨라 서커스단, 우체부 프랑스와 파르불레뜨씨, 그의 아내 파르불레뜨 부인 등등......

프랑스식 이름과 명칭이 아이들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면도 있네요.

책의 뒷표지를 보면 우체부가 사라진 동안 쌓인 엽서들이 있어요. 우체부가 사라진 일들이며 소소한 일상의 안부들을 적은 무똥 마을 사람들의 엽서를 보니 마음까지 따뜻해져요.

요즘처럼 편지를 잘 쓰지 않는 시대에는 더욱 우체부 아저씨와 엽서, 편지 등이 그리워지네요.

참, 우체부 프랑스와와 서커스 단원들이 곰은 찾았을까요?

직업 정신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서커스 단원들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노력 면에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성실한 프랑스와가 함께 했기 때문에 서커스 단원들도 더욱 힘을 낸 것 같아요.

결국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함께 도우면 해결할 수 있다는 아름다운 교훈이 떠오르네요.

우리 아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어른들 입장에서는 책을 읽을 때 목적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들은 순수하게 책을 읽으니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우와, 재미있어요."라는 한 마디면 충분한 것 같아요.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다보면 책이 주는 의미를 자연스럽게 알 거라고 믿으니까요.

이 책을 읽은 후 아이가 그림을 그렸어요.

주인공은 우체부인데 아이가 보기에는 어릿광대와 서커스단 무용수가 더 멋져 보였나봐요. 특히 무용수 치마 위에는 아끼는 스티커까지 붙여줬네요.  처음에는 우체부를 안 그렸길래 어디있냐고 물으니까, '우체부가 사라졌어요.'라서 안 그렸다네요. 나중에서야 연필로 쓱쓱 그리더군요.

아이와 함께 좋은 책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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