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 완성된 초상
앤드류 노먼 지음, 한수영 옮김 / 끌림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 작가로서 너무도 유명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삶은 어떠했을까?

워낙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 많다 보니 작가 역시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 같다. 이 책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작가의 삶을 통해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책 제목이 <완성된 초상>이 된 이유는 그녀의 자전적 소설인 <미완의 초상>이 자신의 내면적 고통을 허구의 틀 속에 그대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미완의 초상>이 자화상이라면 <완성된 초상>은 타인이 그려낸 작가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평생 조용히 은둔 생활을 했던 그녀였기 때문에 그녀를 알아가는 과정은 작품을 통한 분석일 수 밖에 없다.

이 책의 저자 앤드류 노먼은 의사이자 작가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삶 중에서 드러나지 않은 면을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추측한다.

어쩌면 당연한 분석일 것이다. 현재 그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과거의 환경이 영향을 주었을 테니까. 또한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기 때문에 그녀가 왜 추리소설을 썼는지는 삶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일생 동안 추리소설 84, 단편소설 136, 로맨스 소설 6, 자전적 작품 2편을 출간했고, 18편의 희곡을 무대에 올렸다. 그녀의 소설은 전 세계 주요 언어로 번역되어 23억 권 이상의 판매 부수를 기록했다. 작가로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그녀지만 자서전에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여전히 내가 마치 작가 흉내를 내고 있는 것만 같다. (286p)

평생 그녀의 삶을 괴롭혔던 것은 무엇일까?

1926 12 3, 서른여섯 살의 애거서가 실종된다. 11일 뒤 발견된 그녀는 자신의 존재조차 기억 못하는 심각한 혼란을 겪는다. 이 시기가 그녀에게는 견디기 힘든 때였던 것 같다. 사랑하는 엄마의 죽음과 남편과의 이혼이 한꺼번에 닥친 시기였다.

표면적으로는 성공한 작가였지만 그녀의 진정한 소원은 행복한 결혼 생활이었다고 한다. 작품을 쓴 것도 창작에 대한 열정보다는 돈 때문이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아니, 솔직하다고 해야 하나? 글을 잘 쓰는 것과 글 쓰기를 즐기는 것과의 차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그녀는 선천적으로 상상력이 풍부한 이야기꾼이었기 때문에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일은 현명했다. 그러나 자신의 삶이 행복한 상상 속 세계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다. 남편 아치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라 그녀의 예민한 감성을 이해하질 못했고 설상가상 내연녀가 생겨 이혼을 요구했다.

그녀에게 작가로서의 의미는 행복을 위한 궁극적 목표가 될 수는 없었지만 불행한 삶을 버텨낼 수 있는 탈출구가 아니었나 싶다. 현실에 만족할 수 없는 삶을 작품 세계를 통해 새롭게 승화시킨 것이다. 추리소설의 배경은 암울한 살인 사건에서 비롯된다. 치명적인 위험과 공포를 그녀만의 이야기로 만들어 독자들에게는 긴박하면서도 안정된 재미를 주고 있다.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모두를 용의선상에 두는 치밀한 구성을 보여준다.

애거서는 모든 여성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사람이 다름 아닌 남편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치 추리소설에서 범인이 예상 못했던 가까운 사람이라 놀랍고도 씁쓸한 결말처럼 말이다.

이 책 한 권을 통해 애거서 크리스티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녀를 작가가 아닌 한 여성으로 바라보게 된 것 같다. 현실은 추리소설 같지만 이상은 로맨스소설이고 싶은 것이 여자의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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