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꿈이었을까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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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님의 첫 연애소설이라고 해서 무척 기대했다. 이 말은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는 것이지, 실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어도 내가 기대하는 연애소설은 달콤해야 한다. 왜냐하면 너무 현실과 다를 바가 없다면 재미가 없으니까. 현실은 굳이 소설이 아니라도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달콤한 이야기만을 원한다고 나의 유치함을 탓해도 어쩔 수 없다. 어쩌면 더 나이가 들고 늙어도 나의 바람은 여전할테니까.

'그것은 꿈이었을까?' -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잠시 제목을 잊고 책을 읽다보니 온통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린다.

준과 진. 의대생인 두 남학생은 친구들에게 '하품하는 쌍둥이'라고 불린다. 항상 붙어다니면서 하품을 동시에 한다나?

진이 좋아하는 비틀스의 노래마다 하나의 이야기가 나온다. 비틀스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잠시 난감했다. 무슨 연관이 있나 싶어서. 그러나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니 전혀 연관이 없다고 한다. 그저 그 이야기를 쓸 때 비틀스 음악을 들었다고 한다.

왠지 이 소설은 비틀스 음악을 들으면서 읽어야 그 느낌이 제대로 사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 책 첫 페이지에 <주의 사항 : 비틀스 음악을 들으면서 읽지 않으면 내용이 헷갈릴 수 있음.>이라고 적어줬어야 된다.

우리 집에는 비틀스 음악이 없기에 그냥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왜 이 책이 연애소설일까? 난 모르겠다. (그러나 작품해설을 읽고 싶지는 않다. 느낌까지 설득당하기 싫어서.)

분명 여자와 남자가 나오긴 하는데 서로가 사랑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냉소적이면서 애잔한 느낌이 공존한다.

준의 꿈에 나오는 여자 마리아는 슬픔의 상징 같다. 이들 주인공은 온통 슬픔으로 가득 차 있어서 사랑이 들어갈 틈이 없는 것 같다. 처음에는 참 희한한 녀석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그들을 알 것도 같다.

솔직히 준의 모습은 보는 사람까지 나른하게 만든다. 특별한 열정이나 열의가 없는 사람을 보면 괜히 덩달아 힘이 빠진다. 세상 사는 일이 귀찮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그가 꿈에서는 전혀 다르다. 사랑하는 연인을 향한 간절함이 느껴진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것이 불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내게는 준과 진, 모두가 꿈 같으니까.

뿌연 안개 속의 길을 걸은 느낌이다. 어디까지 왔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른 채 길 위에 서 있다.

아마도 그들이 말하는 슬픔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 것 같다. 내게는 그런 깊은 슬픔이 없으니까.

꿈이라고 해서 막연히 즐겁고 행복한 꿈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연애소설이 가볍고 유쾌하기만 한 것도 아니겠지.

깊은 슬픔을 간직한 사람은 어떤 사랑을 할까?

작가가 말하는 연애소설이란 결국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닐까?

차디찬 슬픔의 여운.

현실의 슬픔을 외면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꿈에서조차 현실을 벗어나기 힘드니까.

한바탕 꿈 속을 헤매다 보니 내 모습이 보인다.

당신은 어떤 사랑을 꿈 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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