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천재의 비밀노트 - 숫자기억하기 세계기록 보유자
오드비에른 뷔 지음, 정윤미 옮김 / 지상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기억력 천재까지는 아니라도 기억해야 될 내용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소박한 심정으로 이 책을 읽었다.

저자는 숫자기억하기 세계기록 보유자라고 한다. TV에서 보던 암기 왕이란 얘긴데 일반인도 그런 능력이 가능할까? 그는 훈련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럼 이 책을 읽기만 하면 기억력 천재가 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일단 대답을 미루고 싶다. 분명히 그가 알려준 방법은 효과적이다. 그러나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활용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핵심적인 방법만 말하자면, 기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집중력과 관찰력이 우선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깜박 잊는 내용들은 거의 다 대충 흘려 들었거나 무의식 중에 벌어지기 때문에 뇌에 제대로 저장되지 않는 것이다. 건망증은 나이 탓이 아니라 주의산만이 원인이다.

그렇다면 기억력의 대가들은 무엇이 다른 걸까?

일반인들은 그들이 특별한 사진기억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보는 내용을 머리 속에 사진을 찍듯 이미지를 기억한다고 말이다. 얼마나 환상적인 능력인가? 물론 이 점이 일반인과 그들을 구분 짓는 기준이며 능력 자체를 신비롭게 만든다. 그러나 실제로 기억력 챔피언십에 나오는 선수들 대부분은 여정기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저자는 헤드메모기법이라고도 말한다.

여정기법을 설명하려면 기억력 증진을 위한 필수 4요소- 관찰, 연상, 시각화, 위치선정-를 알아야 한다. 기억력 훈련은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기억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막연히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것은 기억할 내용을 아무렇게나 쌓아두는 꼴이다. 정작 다시 그 내용을 끄집어내려고 하면 엉망이 되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반면 여정기법을 활용하면, 익숙한 장소(현관, 복도, 주방, 거실, 안방, 욕실 등)를 정해서 그 위치에 내용을 저장하면 언제든 기억해낼 수 있는 것이다.

단지 번거로운 점은 그가 알려준 연상 문자가 모두 영어란 점이다. 두 자리 기억방법을 위한 공식을 예로 들면 숫자를 문자로 바꾸는 방식이다. 7=L , 8=M 이므로 78이란 숫자를 보면 LM 즉 레몬(LeMon)이 된다. 그 밖에 숫자기억을 위한 방식도 이와 유사하다. 영어가 친숙한 사람이라면 꽤 유용할 것 같다. 우리가 무엇을 기억할 때 익숙한 것과 연관 짓는 것이 연상이며 연상된 내용을 상상으로 시각화하면 더 효과적인 원리다.

숫자와 영어를 연관 지으면 딱딱하고 지루한 숫자가 재미있는 영어 놀이가 될 수도 있다. 저자가 스스로 기억 요령을 터득했다는 점이 놀랍다. 그만큼 창의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일 것이다. 솔직히 국제기억력경연대회에서 트럼프 카드를 외우는 사람들을 보며 놀랍기도 하지만 쓸데 없는 것을 기억하느라 애쓰는 이유를 몰랐다. 그런데 그 자체가 재미있는 도전이며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두뇌 계발 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쓴다고 두뇌가 닳기는커녕 더 좋아지니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무엇이 바뀌었냐고 묻는다면, 생각이 바뀌었다.

일상생활에서 전화번호, 이름, 주소를 기억하는 일부터 다양한 지식 습득을 위해서도 나쁜 기억력을 탓하지 않아도 된다. 나쁜 기억력은 없다. 오직 게으른 두뇌만이 있을 뿐이다.

두뇌는 쓸수록 좋아진다는 말씀.

평상시에 무심했던 관찰력을 키우는 일이 기억력 향상을 돕는다는 점.

이제는 숫자가 내 머리를 골치 아프게 하지 않는다는 점.

기억력이 좋다는 건 여러모로 혜택을 준다. 무엇보다 삶의 소중한 기억들이 곧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며 의미니까.

마지막으로 전혀 엉뚱한 상상인데, 책의 첫 문장 속에 뭔가 다른 의미가 있을 것만 같다. 굳이 노인을 묘사한 점이 수상쩍다. 우리말로 번역되어 확인하기 힘들지만 그 문장도 숫자를 변형시킨 암호가 아닐까? 숨겨둔 수수께끼처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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