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의 바이올린
허닝 지음, 김은신 옮김 / 자유로운상상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며칠 후면 광복절이 다가온다. 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알린 그 날을 떠올리게 된다. 역사의 한 순간이겠지만 우리 나라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은 전쟁의 고통 속에서 오로지 그 날을 염원했을 것이다.

<멜라니의 바이올린>은 나치를 피해 유럽에서 중국 상하이로 피신한 유태인들과 우정을 나눈 중국인들의 이야기다. 악역은 당연히 일본군이다. 독일 나치주의와 맞먹는 일본 군국주의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사악했다. 세계가 사악한 무리들로 파괴된 그 시기에도 예술의 힘은 위대했다. 무력으로 짓밟을 수는 있어도 그 존재 자체를 파괴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유태인들의 수난은 익히 영화나 다양한 책들을 통해 봐 왔지만 그들이 중국에 거주했다는 사실은 몰랐다. 이 책을 통해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진실들을 하나씩 꺼내보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우리만의 역사는 아니지만 그 역사적 고통과 슬픔은 동일할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리랜드 비센돌프는 유태인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그의 바이올린은 사랑하는 딸 멜라니가 직접 제작한 멜라니의 바이올린이다. 독일에 거주하던 중 멜라니가 나치주의자들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그는 망명을 결심한다. 상하이에 도착한 그가 우연히 세든 집이 중국인 남매 루샤오넨과 루양의 집이다. 이들 남매의 아버지는 자신이 작곡한 그 날이란 연주 곡 때문에 일본군에게 죽임을 당했다.

전쟁 속에 한없이 나약하기만 한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한 인간의 삶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 된다.

전쟁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읽으면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는 어둠 속의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을 보여준다. 총칼에 대항해서 싸우지 않아도 승리를 확신할 수 있다. 인간에게 인간다움이 사라진다면(전쟁이 그렇다) 그것을 찾아야 된다. 예술은 지식과 상관없이 감성을 자극하며 인간을 순수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 것 같다. 리랜드와 그의 친구 첼리스트 요나스의 용기에 감탄했다. 총칼을 들이댄 현실적인 공포를 참고 용기를 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젊은 패기를 기대하기 힘든 50대의 예술가라면 더욱 그렇다. 사실 리랜드의 현명하고 당당한 모습보다 요나스의 변신이 더 놀랍다. 친구와의 우정, 의리, 정의보다 더 우선되는 것은 자신의 안위일 것이다. 그래서 역사 속의 수많은 배신자, 변절자들도 할 말은 있겠지만. 일본군 야스히로는 예술을 버리고 총칼을 선택한 자다. 그가 저지른 만행은 스스로에게도 용서 받지 못할 것이다. 자신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인생의 가치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멜라니의 바이올린>은 용감하게 자신의 길을 선택한 이들이 주는 감동이다.

실제로 멜라니의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그 날을 들을 수는 없지만 그 감동은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선 인간 내면의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인간답게 살고 싶은 강렬한 의지다. 비센돌프, 요나스, 슈나이더, 루샤오넨, 루양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용감한 이들이 있었기에 그 날이 온 것이다.

전쟁을 일으킨 자들은 무력으로 세상을 제압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그들은 패했다.

바로 역사적인 그 순간, 그 날이 1945 8 15일이다. 일본의 항복으로 전쟁은 끝났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과 사악한 본성은 사라지진 않았다. 우리 모두가 그 날을 기억해야 된다.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