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수 1 - 투사편, 인간의 운명을 가를 무섭고도 아름다운 괴수 ㅣ 판타 빌리지
우에하시 나호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판타지 소설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멋진 작품이다.
일단 책을 손에 든 순간부터 판타지의 매력 속에 빠지게 된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책을 선택할 때 재미를 우선으로 하는 독자라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재미뿐이라고 성급히 판단해선 안 된다. 판타지 소설이라 배경이 신비롭고 흥미로운 것이지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심오하다.
총 2권 중 1권은 <투사편>이다. 판타지 소설이 너무 오랜만이라 처음 이야기 흐름을 잡기가 힘들었다. 도통 무슨 말인지 몰라 헷갈렸지만(상상력 결핍증세) 점점 읽을수록 신비로운 별천지 속으로 빨려가는 느낌이었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책에서는 친절하게 등장인물을 소개해주고, 료자 신성왕국 요제의 계보가 나와있다. 시대를 가늠하기 힘들지만 아주 오랜 옛날의 이야기다. 그냥 먼 고대 이야기로, 신적인 존재가 세상에 내려와 나라를 세운다. 우리 나라 역사 속에는 단군이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전해지는데 혹시 외계인이 아니었을까? (상상력 과잉증세)
료자 신성왕국의 시조는 요제라 불리며 대대로 여왕이 계승한다. 이들을 지키기 위해 주변 적들과 싸운 이가 그 공을 인정받아 대공이라 불리며 새로운 지역을 다스리게 된다. 요제가 다스리는 지역에 사는 백성은 요제령 영민이고, 대공이 다스리는 지역에 사는 백성은 대공령민 혹은 아르한 신민이라고 한다. 이름이 복잡해서 그렇지, 역사책에 등장하는 제정분리라고 보면 된다. 근데 여기서는 제사장이 아닌 신성을 지닌 여왕이 존재하고 그들을 충성으로 따르는 신하 위치에서 또 다른 지역을 다스리며 나름의 왕 노릇을 한다.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야수는 두 종류가 등장한다. 아르한이 사육하는 ‘투사’와 요제가 키우는 ‘왕수’가 그것이다. ‘투사’는 물뱀 내지 물에 사는 용처럼 생겼고 머리 양쪽에 뿔이 있고, ‘왕수’는 화려한 털을 지닌 날개 달린 용으로 상상하면 될 것 같다. 머리 속으로 야수의 형상을 떠올리느라 한참 걸렸다. 이 둘의 관계는 여왕과 신하의 위치를 상징하듯이 사납고 난폭하여 전쟁무기로 이용되는 ‘투사’는 ‘왕수’에게는 먹잇감에 불과하다. 그러니 당연히 아름다운 자태와 무시무시한 괴력을 지닌 ‘왕수’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수보다 더 돋보이는 대상은 바로 에린이다. 에린은 투사지기 마을에서 자란 소녀의 이름이다. 열 살 때 엄마를 잃고 마을을 떠나 양봉을 하는 조운과 함께 살다가 카자룸 왕수 보호소 학교에 들어간다. 1권의 내용은 여기까지다.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해주는 단계다. 에린이 원래 살던 곳은 대공령이고 엄마를 잃은 뒤에 새롭게 살게 된 곳은 요제령이다. 주인공은 늘 어린 시절에 온갖 고생을 하는 것 같다. 당연히 그래야 이야기가 되겠지만, 읽는 사람은 안쓰럽다. 고생한 만큼 빨리 철이 들고, 은인을 만나 자신의 능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역시 주인공은 특별함을 타고나야 멋진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평범하면 재미가 없다. 다른 판타지 소설도 그렇지만 주인공의 눈동자 색은 초록색이다. 어디는 보라색도 나온다. 여기서는 요제가 금빛 눈동자다. 정말 다채로운 눈동자 색을 지닌 신비한 세상이야기다. 우리 나라였다면 죄다 검은 눈동자인데, 역시 단조롭다.
판타지 세상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에 익숙해서인지 처음에는 상상하기가 어렵더니 1권을 다 읽고 나니 제법 익숙해진 것 같다. 너무 재미있어서 2권을 바로 읽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