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킹 걸즈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6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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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십 대 시절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세월이 오래 지난 탓도 있겠지만 실상 눈에 띄는 방황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른들 보시기엔 별 문제 없이 십 대를 지난 것이 순탄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참 무미건조했다.

<하이킹 걸즈>는 일명 비행 청소년들을 소년원에 보내는 대신 도보여행을 보낸다는 내용이다. 작가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책을 통해 프랑스에서 시행한다는 것을 착안하여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이 정도로 신경 쓴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방학마다 학교에서 보충 수업을 할 것이 아니라 국토순례로 도보여행을 간다면 어떨까?

학부모들이 반대 시위를 할 지도 모른다. 공부는 안 시키고 쓸데 없이 놀러 간다고 항의하겠지. 아마도 그전에 국토순례를 시도할 학교가 없을 것 같다. 역시 문제는 어른들이다.

인생에 한 번뿐인 십 대를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며 보낸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한 일이다. 가출 청소년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걱정하기 보다는 먼저 당당하게 집을 떠날 기회를 준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청소년 문학이지만 어른들이 볼 필요가 있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지만 부모 욕심처럼 독약이 없는 것 같다. 다 널 위해 그러는 거야.라고 말하면서 부모 마음대로 아이를 조종한다. 각자 개성을 지닌 아이들에게 똑같이 공부를 잘 하라고 강요하니까 문제가 생긴다. 오죽하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나와 청소년들을 눈물 짓게 했던가? 그때의 청소년들이 이제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다. 그런데도 세상은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도 교육은 입시 경쟁이 치열하고 아이들은 학원을 순례하며 십 대를 보낸다. 내게도 십 대는 지긋지긋한 시험과 공부의 연속이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손톱만큼도 없다. 그런데 내 아이를 그런 답답한 틀에 가둬야 된다고 생각하니 끔찍스럽다. 부디 이 마음 그대로 아이들을 키워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책 속 주인공인 은성이와 보라는 각자 마음 아픈 사연이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 아이들이 소년원에 갈 상황까지 속내를 이해하고 감싸줄 어른이 없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비행 청소년 문제를 각자 가정이 해결할 문제로 여기는 것 같다. 부모가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서 문제라는 식이다. 물론 가정 교육이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결손 가정인 경우에는 해결이 힘들다. 아이들은 절망과 포기를 배우고 제 삶이 소중하다는 걸 모른다.

실크로드라는 1200킬로미터의 사막 길을 70일간 걷는 도보여행을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걷는다는 것은 운동도 되지만 일종의 명상이 되는 것 같다. 단조로운 사막은 우리 인생에 비유할 수 있다. 힘들고 지치지만 가야 할 길이다. 그 길에서 오아시스를 만날 것인지, 신기루를 만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엇을 만나던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사람만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어쩌면 은성이와 보라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찾았을 거라고 믿는다.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한다. T. 플러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듯이 제대로 인생을 알기 위해서는 여행을 해야 한다. 소중한 자식일수록 멀리 여행을 보내라는 옛말이 맞는 것 같다. 가출할까 걱정 말고 미리미리 여행을 보내는 현명한 부모가 되어야겠다.

실크로드, 언젠가는 둔황에 있다는 명사산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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