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화

별에서 온 아이 ㅣ 펭귄클래식 21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전유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고전문학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아이들 동화로도 많이 읽혀지는 <행복한 왕자>와 <자기만 아는 거인> 등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을 다시 읽으니 새로웠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것은 오스카 와일드의 삶일 것이다. 이제껏 작가의 이름만 알뿐 개인적인 삶이 어떠했는지는 몰랐다.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 많으니까 당연히 작가로서 명성을 누리며 살았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두 명의 아들과 아내가 있는 그가 동성애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이 년간 옥살이를 했다니 꽤 충격이었다. 이 사건 이후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으며 작가로서의 명예를 회복한 것은 사후 거의 백 년이 지나서라고 한다.

이안 스몰이 쓴 이 책의 서문을 통해 와일드의 삶과 문학을 새롭게 알게 됐다. 단순히 그가 동성애자였다는 사실만으로 그의 문학적 재능까지 평가절하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는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그의 작품이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이 책은 19세기 후반의 고전문학이 현대인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책에는 1888년에 발표된 단편집 <행복한 왕자>와 1892년에 발표된 단편집 <석류나무집>이 함께 실려 있다.

<행복한 왕자>를 읽으면서 문득 나는 어떤 어른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왕자와 제비의 착한 마음을 도시 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돕느라 초라한 모습이 된 왕자와 얼어 죽은 제비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들은 왕자 조각상을 끌어내려 불태우고 제비를 쓰레기 더미에 버렸다. 오직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이는 하느님의 명을 받은 천사뿐이다. 남겨진 도시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오늘날도 변한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어른인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자기만 아는 거인>은 아이들 동화에서는 여러 가지 제목 <거인의 정원>,<욕심쟁이 거인> 등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는 심술궂은 거인이 작은 아이를 통해 마음을 열고 착한 사람으로 바뀌게 된다. <행복한 왕자>보다는 적극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헌신적인 친구>와 <비범한 로켓불꽃>을 보면 위선적이고 오만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온갖 미사여구를 써가며 우정을 떠드는 방앗간 주인은 착한 한스를 친구라고 부르면서 이용해먹는다. 비범하다며 잘난 척하던 로켓불꽃의 최후는 비참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못된 방앗간 주인이 최후였으면 바라게 된다. 인간의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한 편의 이야기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단편집 <석류나무집>에 실린 <어린 왕>, <공주의 생일>, <어부와 그의 영혼>, <별에서 온 아이>는 다소 신비롭고 이국적인 느낌의 민화를 떠올리게 한다. 단순히 권선징악을 말하지 않고 현실에 대한 이상과 회의가 충돌하는 것 같다. 착한 주인공이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은 너무 진부하니까. 특히 <별에서 온 아이>는 아름다운 제목과 달리 반전이 있다.

짧은 이야기 뒤에 더 긴 생각들이 줄지어 떠오른다. 곰곰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그가 쓴 동화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읽어야 될 이야기가 더 많은 것 같다. <자기만 아는 거인>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거인으로 변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