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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카네이션 - 비밀의 역사
로렌 윌릭 지음, 박현주 옮김 / 이레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역사 로맨스 소설이다.
19세기 프랑스에서 활약한 스파이를 소재로 해서 제목 역시 핑크 카네이션에 관한 비밀의 역사이다. 왠지 스파이란 존재는 실제적인 위험과 상관없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영화 속의 멋진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책에서는 우리와 같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엘로이즈 켈리가 스파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 나간다. 그녀는 1803년 프랑스 나폴레옹 시기에 활동했던 스파이에 관한 논문을 쓰기 위해 미국 하버드에서 런던까지 가게 된다. 19세기 스파이로 명성을 떨쳤던 스칼렛 핌퍼넬, 퍼플 젠션 그리고 핑크 카네이션에 관한 자료를 찾던 중 리처드 셀윅 경의 후손인 셀윅-알더리 부인을 만나게 된다. 셀윅-알더리 부인은 19세기 에이미의 편지를 엘로이즈에게 보여준다.
이 편지를 통해 핑크 카네이션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진다.
솔직히 누가 핑크 카네이션인지는 그리 궁금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독자라면 이미 짐작하지 않았을까? 조금 비밀스럽고 반전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 책은 로맨스에 중점을 둔 듯 하다. 여자들이 꿈꾸는 스파이에 대한 환상을 제대로 충족시켜주려는 의도인 것 같다.
19세기 에이미의 캐릭터는 철부지 말괄량이다. 나름의 정의감에 불타지만 서툴고 어설픈 면이 귀엽게 느껴진다. 에이미의 사촌 제인은 차분하고 이지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주인공을 돕는 조연이란 점이 안타깝다.
21세기의 엘로이즈와 19세기의 에이미가 교차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녀들의 공통점은 스파이에 대한 열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까칠하지만 다소 끌리는 남자 상대가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그녀들의 로맨스 덕분에 역사라는 묵직한 흐름은 이야기를 위한 배경으로 전락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이 책을 통해 19세기 프랑스 역사를 공부하려던 것은 아니니까 불만은 없다. 주인공 에이미처럼 상황을 즐기면 된다. 스파이가 실제로는 목숨을 건 위험한 일이며 적에게 잡혀 고문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쯤은 모른 척 해도 된다.
로맨스 소설이라면 절대로 주인공들을 불행에 빠뜨리면 안 된다는 불문율이 존재하니까 말이다. 그건 로맨스 소설을 읽는 독자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책 속에서 19세기 에이미의 로맨스보다는 21세기 엘로이즈의 로맨스가 더 기대됐었다. 그러나 아무리 소설이라도 현실은 현실이니까. 억지로 엘로이즈의 로맨스를 엮었다면 좀 유치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여운을 남겼지만 말이다.
아무렴 어떤가? 에이미가 엘로이즈로 환생했을 수도 있는 거니까.
역사 속에서 흥미로운 상상력을 발휘하여 멋진 로맨스를 탄생시켰다. 저자가 이 책을 쓴 것이 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이었을 때라고 한다. 역사학을 전공한 경험과 지식으로 한 편의 역사 로맨스 소설을 완성한 것이다.
우리는 어떤 로맨스를 꿈 꾸는가?
어쩌면 역사 속 어딘가에 우리가 꿈 꾸던 로맨스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 분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에이미의 모험을 즐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