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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이란 인생의 좋은 경험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여행의 목적이 유럽의 책마을을 만나기 위함이라면 이보다 더 유익한 여행이 또 있을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유럽의 책마을을 찾아갔다. 왜 일까?
새로운 형태의 독서 운동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의 책마을을 통해 우리 나라에도 책과의 교류가 활발해지기를 바라서일 것이다. 그가 소개하는 책마을의 정경은 삶의 일부분처럼 느껴지는 편안함이 있다. 허름한 듯 하면서도 고풍스런 서점의 모습은 멋스럽기까지 하다.
이들 나라마다 책마을을 둘러보면 꽤 오래된 서적들이 잘 보관된 것 같다. 우리 시골 장터처럼 벨기에 에노의 몽스 책 장터는 매달 한 번씩 주말에 서는 장으로 15년째라고 한다.
그곳에서 130년 전에 빈센트 반 고흐가 살았다고 하니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빈센트가 목사의 꿈을 접고 화가가 되기를 결심했던 시련의 시기를 그 곳에서 보낸 것이다. 그의 삶은 처절하리만치 고통스러운데 그림이 주는 느낌은 밝고 희망차게 느껴진다. 사실 그의 작품 이외에 아는 바가 별로 없는데 엄청난 독서광이었다고 한다. 몽스에서 빈센트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지만 그가 살았던 곳이 책 장터가 열린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닌 듯 하다.
책마을을 찾아가보면 책에 관한 열정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스웨덴의 멜뢰사라는 마을에는 ‘평화의 책마을’로 명명된 서점이 있다. 안주인 바르브로 에르게티 부인은 마을과 직결된 플레인 역에 서점을 열었다. 인구가 적은 마을이라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을 위한 서점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소신과 열정이 인상적이었다.
문득 어릴 때 나만의 서재를 갖고 싶다는 소망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적이 있다. 책장마다 빼곡히 꽂힌 책들을 보면 왠지 설레고 기분이 좋아졌다. 책이 주는 즐거움으로 생긴 꿈이 어느새 사라진 것은 우리의 도서 문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점점 사라지는 서점, 헌책방은 책에 대한 아련한 추억마저 잊혀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유럽의 책마을을 보면서 서점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다.
요즘 우리의 서점은 대형화되고 인터넷으로 대체되어 뭔가 삭막한 기분이 든다.
유럽의 책 장터처럼 좌판이 펼쳐지고 갖가지 책들을 만나는 정겨운 분위기가 그리워진다.
아마도 책에 대한 우리의 애정이 식어버린 탓은 아닐는지.
이 책은 멀고 낯선 유럽의 책마을을 여행하며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또한 저자의 책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글이다. 책뿐만 아니라 책을 살리고 만드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야말로 진정한 책 사랑이란 생각이 든다.
그가 책과 책마을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얻은 소중한 이야기들은 읽는 사람의 마음도 평화롭게 해준다. 사진을 보면서 가고 싶은 마음을 달랬지만 정말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
책과 여행,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