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의 시간 - 한국의 야생화 편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그림을 그리는 일이 참으로 오랜만이다. 어릴 적에는 제법 그림을 잘 그렸던 것 같은데 점점 나이가 들다 보니 그림을 그릴 여유조차 없어진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삶의 여유란 생각이 든다. 하얀 도화지 위에 자기만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이 마치 사색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막연히 그리고 싶다는 생각만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채색의 시간>을 만났다.

단지 색연필만 있으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이제까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도구들을 떠올리며 핑계만 대고 있었는데 그저 색연필만 준비하며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할 수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사준 색칠 공부 책과 흡사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이 책은 색연필로 표현하는 세밀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한국의 야생화 12종류가 예시 그림으로 나와 있다.

세밀화 중에서 무척 그리고 싶었던 꽃 그림이라서 마음이 설레고 즐거웠다.

우선 꽃의 밑칠 채색을 한다. 색연필화는 겹쳐 칠해가면서 명암 조절과 색 배합이 되기 때문에 예시 그림을 유심히 보며 따라 그려야 된다. 색연필로 그리는 그림은 단순히 한 가지 색을 채워나가는 방법만 알고 있었는데 연필의 각도에 따라 색의 질감 차이가 나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세밀화로 그려진 예쁜 동화책을 보면서도 색연필로 그릴 수 있다고는 생각을 못했다. 이렇게 직접 밑그림을 따라 색칠을 하다 보니 텅 비어 있던 마음이 조금씩 채워지듯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이 미술이라는 한 과목을 대하듯, 딱딱하고 부담스런 일로 생각했는데 직접 그려보니 그림 그리기 자체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은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예쁜 꽃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없다고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분명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은 있을 것이다. 미술과 같은 창작 활동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장애를 미술로 치료하는 분야도 생겼다. 그러고 보니 한 장의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는 걱정이나 잡다한 생각이 전부 사라졌던 것 같다. 열심히 몰입해서 예쁜 꽃을 색칠하는 과정이 꽤 즐거웠다.

일상에 반복되는 일들이 가끔은 힘들고 지칠 때가 있는데 잠깐의 그림 그리기를 통해 활력을 얻은 기분이다. 뭔가 작지만 이뤄냈다는 성취감이 생기는 그림 그리기였다.

<채색의 시간>은 단순히 밑그림 위를 색칠하는 책이 아니다.

무채색처럼 단조롭고 지친 마음을 아름다운 무지개 색으로 칠해주는 멋진 책이다.

예쁘게 완성된 꽃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내가 그렸다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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