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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마음 - 썩어빠진 교육 현실을 유쾌하고 신랄하게 풀어낸 성장소설
호우원용 지음, 한정은 옮김 / 바우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대만의 교육 현실이 우리와 너무나 닮았다.
중학교 3학년인 정지에는 평범하고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어느 날 만화책을 보다가 들켜서 책상과 함께 교실 밖으로 쫓겨났다. 일주일 간의 처벌을 받는 동안 모든 것이 달라졌다.
모범생과 불량 학생의 차이는 뭘까?
교육제도의 틀 속에 순순히 속해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아닐까?
거대한 공범 구조 속에 갇힌 아이들
나는 지금까지 나의 생활과 타락한 인생들 사이에
결코 넘을 수 없는 경계선이 있어서
나와 그들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나는 착한 학생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만 이 넘을 수 없는 경계선이 이렇듯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이 나를 의아하게 했다. (본문 95p)
이 소설은 잘못된 교육 구조에 대한 따끔한 질책을 한다. 열 다섯 살 소년인 정지에는 부당한 처벌을 받으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깨달아간다. 대만뿐 아니라 우리 나라도 수많은 학생들이 부모님과 선생님의 뜻에 따라 공부하고 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의 변명쯤으로 치부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목표가 되어버린 아이들에게 성적과 상관 없는 일은 할 필요가 없다.
정직한 양심은 시험지 정답에는 있지만 현실에는 필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좋은 성적은 착한 학생이라는 징표가 되니까.
우리 나라도 교육문제에 대한 논의는 있었다. 수없이 바뀐 교육 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교육은 과거에 비해 무엇이 나아졌는지 알 수가 없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학교 수업 후에도 학원 다니느라 어른보다 더 바쁜 것 같다. 간혹 성적이 떨어졌다고 비관하여 자살하는 아이들도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작가가 말하는 ‘거대한 공범 구조’란 표현에 고개를 끄떡일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은 단순히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 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교육문제라고 해서 학교라는 공간으로 한정하여 해결할 사항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학교 구조가 바로 우리 사회 구조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정지에의 고발은 당차고 후련했다. ‘거대한 공범 구조’라는 골리앗에게 대항하여 부당함을 밝혔으니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물리쳐야 할 골리앗도, 대항하는 다윗도 모두 우리들이란 점이다.
‘위험한 마음’이 과연 무엇일까?
우리의 교육 현실, 그리고 이 사회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든 이들이 읽고 고민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