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 이덕무 선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9
이덕무 지음, 강국주 편역 / 돌베개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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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간서치: 看書痴)로 더 알려진 이덕무의 시와 산문을 만나다.

 

그에 대해 알게 되면서부터 그의 글이 읽고 싶었다. 평생 책을 사랑하며 살았던 진정한 독서인이기에 글의 깊이가 남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역시 그의 글은 책 제목처럼 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담백하고 여운이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로서 재능과 포부는 컸으나 서얼 출신이었기에 좌절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그는 책을 읽는 과정으로 승화시겼다.

#1. 세월을 뛰어넘는 공감.

글이 담백하고 산뜻한 느낌이다. 이 글이 정말 조선 시대에 쓰여진 것인가 싶을 정도로 편안한 공감을 끌어낸다. 물론 편역하신 분의 노고가 있겠지만 글이 지닌 진솔한 표현력은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번잡한 마음을 추스르는 일은 시를 쓰는 마음과 같은 것 같다.

 

경갑에 쓰다

 

물결 없는 가을 강처럼 맑기도 하지.

  경갑(鏡匣)안엔 별천지가 감춰져 있네.

허허롭고 깨끗함 완상하고 말 뿐이랴.

    내 마음도 이를 닮아 흐려지지 않았으면.

 

가난한 서얼 출신의 선비에게 세상은 모질고 차가운 바람 같지만 그는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가고자 했다. 맑은 강물 같은 거울을 보며 다짐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그 마음이 닮고 싶어졌다.

문득 시인이 된 듯 거울을 들여다 보니 그 안에 내가 있다. 웃으면 웃는 얼굴로,찡그리면 찡그린 얼굴로 마주하고 있다. 거울이 비춘 것은 나인데 그 안에 세상이 보이는 듯 하다. 나는 세상을 어떤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여 원망해본들 나아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답답한 현실이라고 하여 절망했다면 그는 한낱 취객이 되어 역사에서 잊혀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삶을 노래할 줄 알았다. 힘들고 슬프고 괴로워도 그에게는 책이 있고 시가 있었다.

자신을 책밖에 모르는 바보라고 표현했지만 책을 통해 자신을 다스리는 일만큼 지혜로운 일이 또 있을까?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도 이래야 하지 않을까?

삶이 어떠하기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닌 것 같다. 어떤 삶이든 마음 자세에 따라 달라진다.

자연과 벗, 그리고 책과 더불어 시를 읊는 선비의 모습 속에 삶의 깊이를 느끼게 된다.

세상을 시인의 마음으로, 책을 읽는 선비의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어떠할까?

 

국화 향

 

바위에 기대어 핀 국화

    드리운 가지 시내에 노랗게 비치네.

한 움큼 물 떠서 마시니

손에도 국화 향 입에도 국화 향

 

국화를 그저 흔한 꽃으로 지나쳤다면 아무런 감흥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바위 옆에 핀 국화가 비친 시냇물을 마시면서 향기도 함께 마실 줄 아는 이는 이미 그 마음까지 향기로울 것이다.

 

# 2. 책이 주는 즐거움을 배우다.

세상은 더 살기 편해졌는데 우리의 삶은 왜이리 바쁘기만 한 걸까?

책을 읽지 않는 이유도 여러 가지겠지만 대부분 바빠서 읽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많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책이 주는 즐거움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덕무가 말하는 책을 읽어 좋은 점 네 가지는 무엇일까?

여기서는 지식이나 재주를 키우기 위한 목적은 제외된다. 그에게 책을 읽어 좋은 점은 배고픔도 추위도, 근심과 번뇌도 책을 읽는 동안은 사라진다는 점이다. 하물며 기침앓이를 할 때도 책을 읽으면 기침이 멎는다고 했다. 그에게 책 읽는 일은 마음이 더없이 편안해지는 일인 것이다.

이 정도 경지에 이르자면 대단한 독서인이어야 가능할 것이다.

독서 초보자인 내게 책이 주는 즐거움은 여유로운 마음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과의 시간을 갖다 보면 조금은 느긋한 기분이 든다.

이덕무 선집을 읽으면서 여유로움을 느끼고 세상 사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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