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반적으로 추리 소설의 묘미는 범인과 범인을 쫓는 사람 간의 심리적 긴박감과 맞물린다.

범인을 잡으려면 범인의 심리를 알아야 한다.

무엇을 위해 살인을 했는가?

 

이 책은 범인을 쫓는 주인공의 심리에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어쩌면 추리 소설에서 우리가 추리하는 것은 범인이 아닌 인간 심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살인이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건 우발적인 복수심일 수도 있지만 탐욕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인간이 지닌 어둔 내면을 파헤치다 보면 나 역시 예외일 수는 없음을 깨닫게 된다.

<회랑정 살인사건>의 주인공은 회랑정 여관 화재사건으로 애인을 잃었다. 누군가 그녀와 애인을 죽이려 한 것이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복수였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회랑정에 모이게 된다. 이치가하라 씨의 엄청난 유산 상속을 위한 유언장 공개 때문이다.

이들 중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추리 소설의 결말은 범인이 누군지 밝혀지면서 명쾌한 추리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결말을 알게 되는 순간 심경이 복잡해진다. 이것을 반전이라고 해야겠지만 너무도 슬픈 반전이다. 문득 철학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정답은 없다.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말하지만 그 행복의 조건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범죄는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이 타인의 고통 따위는 무시하는 잔인함으로 변질되곤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복수를 위해서 범인을 찾는다.

범인은 그녀 삶의 의미를 빼앗아갔다. 그녀는 매우 지적이며 냉철한 두뇌를 지녔지만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진 못했다. 외모에 대한 열등감으로 사랑을 포기하며 살았던 그녀에게 그 남자는 특별했다.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 해 준 유일한 사람을 잃었으니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슬픔에 공감했다. 만약 나였어도 범인을 찾아 복수하고 싶은 심정이었을 테니까.

그러나 실제로 그녀가 선택한 복수의 방식에는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어떤 범인이든 복수할 가치도 없는 인간 쓰레기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녀는 복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졌다.

그녀가 잃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인 것 같다. 분명 우리 삶에 있어서 이성과의 사랑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거짓된 마음에 속지 않는다.

주인공과 범인은 모두 진실한 마음을 모르는 바보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왜 그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지 알 것 같다.

추리 소설이 주는 극적인 긴장감 속에 인간 내면을 깊이 있게 접근하고 있다.

주인공의 복수심도, 범인의 탐욕스런 이기심도 결국 누구나 품고 있는 내면인 것이다.

마지막 결말은 또 하나의 메시지 같은 느낌이 든다.

진정한 복수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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