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게 좋은 책이란 엄마의 잔소리와 같은 책이다.

사실 나의 엄마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 분이다. 그냥 나와 나누는 대화, 내게 해주시는 좋은 말씀을 정겨운 잔소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평상시 잊고 있던 나의 모습에 대해서, 내 삶에 대해서 돌아보게 해주는 엄마의 잔소리가 나는 좋다.

영복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내게는 그런 의미의 좋은 책이다.

한 번 본 영화,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보기 싫어하는 내게 유독 이 책은 자꾸 들춰보게 만든다. 오래 된 책이지만 삶의 통찰은 유행이 아니니까.

사색이란 말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만났다. 언제 내게 사색의 시간이 있었던가?

좋은 책은 나를 사색으로 이끌어준다. 무엇인가 깊이 생각한다는 것은 조용히 기다리는 마음이다. 조급하게 살다 보면 종종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지금 편안한 의자에 앉아 글을 쓸 수 있는 자유로움도,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즐거움도 누군가는 간절한 바람일 수 있다. 삶의 작은 소중함을 잊지 않는 것이 진정한 사색일지도 모른다.

감옥에 갇힌 사람의 심정은 어떠할까?

20 20일간의 수감 생활을 억울한 마음으로 보냈다면 이런 사색의 글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면 우리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벽을 사이로 갈라진 세상 저 편을 우리는 감옥이라 부르지만 과연 어느 쪽이 진짜 감옥일까?

그의 몸은 갇혀 있었으나 그의 정신은 자유로웠다.

몸은 자유로우나 정신이 갇혀 있다면 진정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

사색하지 않는 정신은 감옥에 갇힌 것과 다름 없다. 그의 글은 나를 깨운다.

그는 자신에게 허용된 하루 두 장의 휴지와 엽서에 쓴 편지들을 통해 세상과 소통했고 그 편지 글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이 책은 20 20일 동안에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삶에 대해 이토록 오랜 세월 사색한 사람이 아니라면 분명 이 책을 통해 얻을 것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아직도 얻고 싶은 것이 있어 이 책을 다시 펼치게 된다.

올해로 출간 된지 20년이 되었다.

좋은 책은 사람들에게 인생 조언을 해주며 꾸준히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나는 올해로 출생한지 30년이 더 지났건만 세상을 위해 어떤 몫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 글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좋은 책을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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