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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감
리처드 용재 오닐 지음, 조정현 엮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리처드 용재 오닐과 클래식 음악
내게는 낯설다. 워낙 클래식을 멀리 하다 보니 그와 관련된 사람들도 관심 대상은 아니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약간의 심경 변화를 일으키게 했다.
비올라는 내 삶이고, 내 인생의 전부라고 말하는 사람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음악에 대해 조금씩 끌렸다. 그가 연주하는 비올라는 독주곡이 많지 않고 바이올린, 첼로와 함께 하는 협주곡이 더 많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 속에 어울려 조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그와 비올라는 닮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한 비올라와 같은 사람이라면 왠지 편안하게 다가서고 싶다.
만약 어려운 클래식 이야기를 했더라면 몇 장 읽다가 덮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일반인들에게 클래식은 어렵고 다가서기 힘든 분야, 또는 교양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지식쯤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그러나 리처드 용재는 자신의 가족을 소개하듯 자연스럽게 음악을 이야기한다. 음악은 느끼면 되는 것이지, 잘 알아야 될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그에게 클래식 음악은 인생을 아름답게 해주는 힘인데 왜 내게는 부담스러울까?
아마도 이런 생각의 차이는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할아버지 덕분에 늘 음악을 들으며 자랐고 교육상의 이유로 텔레비전은 본 적이 없었다. 그의 고향집은 작은 농촌 마을인 세큄에 있다. 창문을 열면 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들판이 있는 곳이라 낭만적이라고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나라의 바쁜 농촌 마을과 비슷했던 것 같다. 보통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을 거란 추측을 하는데 그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음악을 선택한 경우다. 미국은 음악과 같은 예술 재능이 있으면 장학금 혜택이 있어 대학을 갈 기회가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어린 시절에 두각을 나타낼 정도의 천재성을 보인 것은 아니다. 그의 말로는 평범했다고 한다. 어떤 선생님은 재능이 없으니 그만 두라는 말까지 해서 상처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없는 사랑으로 용기를 주는 가족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음악은 경쟁을 통해 성취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삶이었던 것 같다.
내게 클래식 음악이란 시험을 위한 공부여서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음악은 자연스러운 것인데 억지로 머리로 받아들인 탓인지 어른이 되어서도 별로라는 느낌만 남았다. 클래식이라고 해서 더 특별할 필요는 없는데 우리의 음악 교육은 오히려 그 점을 강조했던 것 같다.
그에게 음악이란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장 좋은 친구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시켜주기 위한 것이다. 그가 바라는 공감은 바로 클래식 음악을 통한 교류인 것이다.
그가 말하는 클래식이 우리에게 주는 7가지 선물은 우리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이다.
사랑에 빠졌을 때, 슬픔을 위로 받고 싶을 때, 성공의 기쁨을 누릴 때, 외로울 때......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음악이 함께 한다면 더욱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편안한 미소처럼 클래식이 조금은 친근하게 다가온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