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회사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5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주변을 둘러보라. 아니, 멀리 볼 것도 없이 나 자신을 보면 알 수 있다.

바삐 움직인다. 바쁘다고 투덜대면서도 가끔은 바쁘지 않으면 불안할 때도 있다. 세상은 과학 기술의 진보로 더욱 편리해졌다고 하는데 왜 마음의 여유는 없는 것일까?

나만의 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현대 사회는 몸을 편하게 만드는 일에는 신경 쓰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일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음을 신경 쓸 만큼 여유로운 사람이 없는 거겠지……

그런데 현대인의 심리를 콕 집어 이야기 하는 사람을 찾았다.

바로 일본 작가 호시 신이치다. 처음 만나 본 그의 쇼트 쇼트 스토리(초단편 소설)는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춘 형식이랄 수 있지만 내용은 신랄하다. 마치 감추고 싶었던 약점을 들켜버린 듯 움찔하게 된다. 기발한 반전은 놀라우면서도 씁쓸하다.

이 책은 일단 읽어봐야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워낙 짧은 이야기라서 미리 내용을 말하면 시시해질 수 있으니까.

난 읽는 내내 작가가 궁금했다. 대단한 관찰력과 상상력을 지닌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의 책 속에 몇 십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다.

도대체 이야기 보따리가 얼만큼 되는 걸까?

매일 치약을 짜듯 쭉 누르기만 해도 이야기가 나오는 특별한 기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재미있는 점은 호시 신이치의 시리즈를 플라시보 시리즈라 부른다는 것이다.

플라시보(위약 효과)는 실제 약은 아니지만 심리적인 안정을 통해 실제 효과를 주는 현상을 말한다. 바로 그의 이야기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내면을 적나라하게 들여다 볼 기회를 준다. 실제 일어난 현실이 아닌, 그럴 것이라고 믿는 마음이 현실을 움직일 수도 있다.

엉뚱한 상상이라고 하기에는 점점 그 매력 속에 빠져 현실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다.

책 제목으로 등장한 <도둑 회사>도 그럴 듯 하다. 물론 현실에서 주변 사람들을 모두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는 없는 일이니까 가끔 재미 삼아 눈여겨봐도 좋을 것이다.

상상력은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호시 신이치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각성제처럼 정신을 번쩍 뜨이게 한다.

무심하게 바라보던 세상, 바쁘다며 자신조차 돌아볼 여유가 없던 현대인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린다. 어때? 이래도 정신 못 차릴래?

무엇이 문제였지? 그냥 반복되는 일상에 익숙해지다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도 잊을 때가 있다. 무뎌진 사람들을 깨우는 새로운 장르, 쇼트 쇼트 스토리의 매력을 제대로 느꼈다.

너무 바빠서 책 볼 시간도 없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핑계 댈 여지가 없는 명쾌한 책이다.

짧지만 긴 소설 쇼트 쇼트 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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