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블랙리스트 - 미국 7대 연쇄살인마 실록
루춘루 지음, 이가나 옮김 / 집사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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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나왔던 연쇄살인범의 모습을 보면서 공포를 즐겼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영화가 아닌 실제 인물이 존재한다면, 그 공포는 견디기 힘들 것 같다.

우선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미리 당부하고 싶다. 공포를 견딜 수 없는 사람은 보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은 미국 7대 연쇄살인범들에 대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대만에서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데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아 직접 자료 연구를 통해 책을 집필하게 된 것이다.

나 역시 영화나 책을 통해 범죄, 추리, 공포를 즐기는 편인데도 막상 이 책은 보기가 힘들었다. 믿고 싶지 않은 인간의 잔혹한 면들을 보게 되었다.

연쇄살인범의 사진이 실려 있는데 평범한 모습이 오히려 더 섬찟했다. 그들이 저지른 범행은 일반적인 상상을 초월했다. 우발적인 살인과는 전혀 달랐다. 살인 과정을 즐기며 시체를 수집하거나 먹기까지 했다. 이것이 그들을 단순히 미치광이로 정의할 수 없는 이유다.

정신이상에도 이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둘로 나뉜다.

정신병질자(Psychopath)와 정신병자(Psychotic)는 다르다. 연쇄살인범의 대다수는 정신병질자, 사이코패스로 인간의 감정인 동정심과 연민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피해자들을 인형이나 장난감처럼 자기 마음대로 유린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무서운 사실은 이들이 정상인처럼 살아가며, 범행을 저질러도 발각되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인간의 탈을 썼을 뿐, 인간적인 마음이 전혀 없는 악마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성장 과정을 보면 폭력과 무관심으로 불우한 환경 속에 자란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기에는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경우도 있다. 무엇이 그들을 악마로 만든 것일까?

어쩌면 그들은 진짜 악마로 태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찰스 맨슨은 70년대 헐리우드 연예인 살인사건의 주모자다. 이 사람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 때문이다. 사이비 종교처럼 악마의 집회를 열고 자신들을 맨슨 패밀리라고 주장한다. 그들에게 찰스 맨슨은 연쇄살인범이 아닌 정신적 지도자인 것이다. 끔찍한 점은 추종자들 중에는 스무 살도 안된 청소년들이 그의 사주를 받아 실제 범행을 저지르고 잔인한 범행 과정을 즐겼다는 사실이다.

현재 72세인 찰스 맨슨은 미국 캘리포니아 코코란 감옥에 수감 중이다. 악마의 화신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숭배한다고 하니 놀랍고 무섭다.

악마의 존재가 무시무시한 괴물의 형상이 아닌 매력적인 사람으로 다가와 유혹하는 것만 같다. 이들에게 희생된 피해자를 생각한다면 영원히 세상에서 추방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나님의 블랙리스트>는 인간이 저지른 가장 추악한 범죄를 다루고 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연쇄살인범들은 도저히 용서가 불가능하다. 사건 현장의 모습을 삽화로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끔찍한 공포감과 함께 지옥이 있다면 이런 현실이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을 느꼈다. 우리 나라도 2004년 연쇄살인범 영철이 검거되면서 사이코패스란 용어가 등장했다. 이들 뇌는 생물학적으로 전두엽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정상인과 달리 폭력적인 자극에만 반응한다. 또한 환경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성인이 된 사이코패스를 치료할 방법은 거의 없다. 이 책은 연쇄살인범을 통해 사이코패스를 알려주면서 어떻게 사회 예방을 할 것인지에 대한 숙제를 남긴다. 폭력에 대해 무감각한 사회가 사이코패스를 만드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의 게임이나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여과 없이 전해지는 폭력성이 걱정된다. 학교나 직장에서의 왕따 문제도 폭력적인 사회 분위기의 결과물인 것이다.

폭력 없는 세상,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노력이 비극적인 사건들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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