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는 언제나 그 책을 읽었다 - 영화와 책이 있는 내 영혼의 성장기
이하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극장에 가서 처음 본 영화가 생각났다. 엄마와 함께 표를 사고 정해진 좌석에 앉을 때 설렜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영화 <피라미드의 공포>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작품으로 환상적인 영상과 흥미진진한 줄거리가 압권이었다. 이미 20여년이 지났건만 그 때의 영상들이 사진첩을 펼친 듯이 떠올랐다.

이 책은 잊고 있던 영화의 감동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것도 전혀 색다른 시각으로.

저자는 영화 속에 나온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영화 속 책들이 당당히 주인공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오래 전 기억 속에 먼지가 쌓인 영화들이 저자의 친절한 설명으로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퀼리브리엄>은 암울한 미래사회를 그린 영화로 기억된다. 지배자들은 전쟁과 폭력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간의 감정을 말살하는 작업을 한다. 모든 사람들은 ‘프로지움’이라는 약을 먹고 아무런 감정 없이 기계처럼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간다. 이에 반대하는 무리들을 감정 유발자라고 부르며 그들을 추적하여 제거하는 임무를 맡은 전사를 클레릭이라고 부른다. 감정 유발자란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며 감정 유발 물질은 미술품, 음악, 책, 예술 작품처럼 인간에게 감정을 일으키는 것들이다. 주인공 존 프레스턴은 가장 우수한 클레릭이다. 어느 날 의심스런 동료의 뒤를 쫓아가보니 몰래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동료가 읽던 책이 예이츠의 시집 <갈대밭에 부는 바람>이다. 그는 자신에게 총을 겨눈 존 프레스턴에게 시집의 한 대목을 읊는다.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라. 내 꿈을 그대 발밑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매우 인상적인 이 장면을 사실 나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아니, 그 책이 무엇이었는지 몰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영화의 깊은 맛을 느끼게 된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은 하나의 메시지를 위한 설정이란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영화 속 책의 역할은 주연급이라 할 만하다. 책은 이미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영화를 보면서 다시 보고 싶은 적은 없었다. 이미 봤던 내용인데 더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봤던 영화를 다시 보고 싶고, 그 속에 나온 책도 읽고 싶어졌다.

<유브 갓 메일>의 [오만과 편견], <시티 오브 엔젤>의 [해마다 날짜가 바뀌는 축제], <쇼생크 탈출>의 [몽테크리스토 백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한 달 후 일 년 후] 등 거의 전부가 보고 싶다.

원래 이 책에 실린 글은 라디오 방송작가 이하영이 잡지에 ‘영화가 캐스팅한 책’이란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편안하면서도 유쾌한 영화 이야기에 어느새 푹 빠져 버렸다. 저자의 라디오 방송을 들은 적은 없지만 이 글을 읽다 보니 친밀해진 기분이 든다. 친구와 함께 본 영화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때처럼 이 책을 읽는 동안 즐거운 시간이었다. 또한 영화 속 책을 통해 깊이 있는 감동을 알게 되어 좋았다.

책은 여러 번 읽어도 영화는 다시 보기 싫어하던 나에게 다시 보는 즐거움이 뭔지를 알려줬다. 이제는 영화를 볼 때 어떤 책이 나오는지 눈여겨보게 될 것 같다.

감동적인 영화 속에 숨겨진 보물 같은 책을 찾아보는 것도 영화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