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시골의사 박경철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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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착한 인생을 바라보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어릴 때는 그토록 착한 아이가 되라.는 말을 듣고 컸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세상을 착하게 살면 손해다.란 얘길 종종 듣게 된다. 아니, 나 역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세상살이에서 착한 것은 마치 약점 같이 그 사람을 힘들게 만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독하고 모질어야만 세상을 잘 사는 것처럼 그런 줄 알고 살아왔던 것 같다.

시골의사 경철이 만난 사람들, 그들의 착한 인생은 그래서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착하게 살지 못해서, 은연중에 착한 인생을 뭔가 모자란 것처럼 바라봤던 경솔함이 부끄러워서 그렇다.

병원이란 곳은 잔인하게도 모든 인간을 질병 앞에서 평등하게 만든다. 삶과 죽음이라는 운명 속에서 인간이 가진 모든 겉치레는 아무 소용없다. 부자도 가난한 자도 질병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 심하게 아팠거나 아픈 가족이 있는 경우에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 왜 가장 소중한 것은 그것을 잃은 뒤에야 깨닫게 되는 걸까?

저자는 의사로서 만났던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본인 스스로를 내레이터 입장이라고 했지만 내게는 착한 인생의 주인공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서 착한 인생은 반드시 착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세상에 착한 사람은 천사의 다른 모습일 것이고 착한 인생이란 그저 자신의 주어진 삶을 묵묵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든 이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소중한 이웃들의 삶의 기록이란 표현을 한 모양이다.

사회적인 업적을 남겼거나 성공한 소수의 엘리트가 아닌 평범하기 그지없는 다수의 이웃들이다. 친밀한 그들 속에 내가 있다. 더 잘날 것도 없고 그만한 정도의 삶을 사는 나.

다들 비슷하게 사는 것 같아도 어떤 이들의 삶은 감동을 주고, 어떤 이들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 그래도 삶은 축복이다.

삶은 멋진 한 편의 이야기처럼 결국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맺을 수 없다. 삶의 끝은 행복도 불행도 아니기 때문이다. 삶의 과정이 아무리 고단하고 험난해도 그 자체가 축복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병원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에게는 살아 있는 순간이 절실할 것이다. 지금 난 건강하다고 안심하기엔 우리 운명 자체가 시한부인 것을.

시한부 인생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겸허하게 살 수 있다면, 그래도 삶은 축복이다.

# 인생은 다 그렇다.

인생은 모래알처럼 더 많이 움켜쥐려고 할수록 내 손에서 빠져나간다.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어떤 이들의 삶은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이 운명 때문인지, 변하지 않는 인간의 탐욕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 사람을 아름답게 하는 것.

병원이란 공간은 세상과 격리된 또 하나의 세상 같다. 오직 삶에 매달리는 사람과 붙들어 주는 사람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들 누구도 선택권은 없다.

삶이란 것이 매달리고 붙잡아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병마에 시달리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아픔이나 죽음은 서로가 대신할 수 없는 각자의 몫이다. 그런데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사람들, 그들의 사랑은 삶을 아름답게 해준다.

# 아름다운 인연.

서로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것을 꼽으라면 아름다운 인연이라고 말하겠다.

부모님과의 인연, 형제와의 인연, 선생님과의 인연, 친구와의 인연, 부부의 인연, 자식과의 인연……우리 이웃과의 인연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착한 인생은 이 모든 인연을 소중하게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인연을 떠올리며 삶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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