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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호수의 비밀
로버트 서덜랜드 지음, 박영민 옮김 / 세용출판 / 2005년 2월
평점 :
가족의 사랑은 무엇일까?
가장 어렵고 힘든 순간 곁에 있어주는 것, 그리고 어떤 상황이든 믿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삶에서 가장 강력한 힘의 원천은 가족이다.
추운 겨울이 되면 따뜻한 곳으로 옹기종기 모이듯이 ‘가족’에 대한 마음도 더 간절해지고 많아지는 것 같다.
윌 마틴은 14살의 소년이다. 아버지 제임스 마틴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재판에서 교수형 평결을 받는다. 집행까지 삼 주, 그리고 이제 일주일도 안 남았다. 망연자실한 누나 사라에게 윌은 말한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진범을 찾아 떠나겠다고 말이다.
아버지에게 들은 유일한 단서는 “올드 클루티를 찾아라”는 것이다.
윌의 모험은 도전이다. 오로지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서 구해야겠다는 절박함 속에 확고한 의지를 느끼게 해준다.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악마 호수의 비밀은 무엇일까?
일반적인 추리 소설과는 전혀 다르다. 윌은 전문적인 탐정이 아닌 평범한 소년이다. 그가 범인을 잡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한 일이다. 그렇지만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믿음은 그 모든 결점들을 극복하게 해준다. 두들기는 자만이 문을 열 수 있는 것이다.
범인을 추적하는 윌이 너무나 불리한 조건을 가진 약자 입장이면서도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진부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하고 선량한 사람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윌은 어리지만 호감이 가는 멋진 소년이다.
누구라도 윌을 만나 그의 처지를 듣는다면 안 도울 수 없을 것이다. ‘아버지는 무죄’라는 강한 믿음이 범인을 찾게 만든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만약 윌이 억울한 판결에 대해 포기하고 슬퍼하기만 했다면 아버지와는 영원히 이별했을 것이다. 누나 사라는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다행히 윌은 행동했다. 막연하지만 강력한 믿음으로 아버지를 구했다.
과학적인 범인 추적과는 거리가 있지만 윌의 모험이란 점에서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어릴 적 즐겨 보던 허클베리 핀이 떠올랐다. 읽으면서 범인이 누군지 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윌과 친구가 된 토드와 타비샤는 아니란 것이 확실하다. 그 또래 친구들은 장난은 심해도 우정을 나누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 어쩌면 어른들보다 현명한 건지도 모른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를 확실히 알고 있으니 말이다.
흔한 추리 소설의 범인은 예상치 못했던 약자거나 선량해보이는 사람일 때가 많다. 어른의 세계는 복잡하다. 선량함을 위장한 나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누굴 믿어야 할 지를 몰라 대부분 불신감이 커지게 된다. 의심하는 마음은 혼탁해진 물과 같다. 제대로 볼 수 없게 되어 올바른 판단을 하기 힘들다.
다행히 우리의 윌은 믿음이 강한 친구다. 믿음으로 태산도 옮긴다더니 결국 해낼 줄 알았다.
윌에게는 위험천만한 모험이었지만 사랑하는 아버지를 구했으니 이보다 더 멋진 경험은 없을 것이다. 보호 받던 어린 소년이 늠름한 청년이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삶의 고난은 때론 성숙을 위한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또한 가족의 사랑은 고난 속에 더욱 빛을 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