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와 희망의 깃털 - 요정 연대기
J. H. 스위트 지음, 박미경 옮김 / 아트나우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수많은 어린이들이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즐거워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어린 시절에 산타 할아버지는 책이나 TV 속에만 존재했다. 아무리 기도해도 우리 집에 다녀가시지 않았다. 내가 받은 선물은 아빠가 사오신 과자로 구성된 종합선물세트였다. 그것도 형제들과 사이 좋게 나눠 먹으라는 당부와 함께 말이다. 그래도 산타 할아버지를 믿고 싶었다. 외국에 살고 계시니까 우리 집까지 너무 먼 것이라고.

점점 커가면서 산타와 루돌프의 존재는 서서히 잊혀져 갔다.

그러나 나의 아이들이 생기면서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아이들에게 꿈을 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못하는 영악한 아이 보다는 상상 속의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다. 그래서 잠 들기 전에 즐겨 해주는 이야기는 주로 요정, 마법사, 도깨비 등이다. 가끔 못된 용이나 괴물이 나오면 무섭다고 이불 속에 숨어버리지만 끝까지 이야기를 듣는 걸 보면 재미 있는 모양이다. 아침마다 자기의 꿈 이야기를 해주는 아이는 이야기 속 요정을 만나기도 하고 괴물에게 쫓기기도 한다.

이 책은 요정 연대기다. 평범한 열 살 소녀 베스는 방학 동안 이블린 이모와 보내게 되는데 자신이 메리골드(금잔화) 요정임을 알게 된다. 자연의 여신이 요정을 탄생시켰고 보호해준다고 한다. 각각의 요정들은 꽃, 곤충 등을 대표하는 정령이며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첫 요정이 되면 스승과 지침서를 통해 많은 걸 배워나간다.

베스와 친구 요정들을 소개한다.

제니퍼는 드래건플라이(잠자리) 정령이며, 그레이스는 씨슬(엉겅퀴) 정령이고 레녹스는 파이어플라이(반딧불이) 정령이다. 모두 베스와 동갑내기 소녀들이다.

그런데 남자 요정은 어디 있을까 궁금할 것이다.

어린 개구쟁이 남자 요정을 브라우니라고 부른다. 그들은 소녀 요정들처럼 날개가 없고 흔히 도토리, 솔방울, 조약돌, 이끼, 클로버, 버섯 따위에서 비롯된 정령이다. 브라우니들은 요정들을 골려 먹는 걸 매우 재미 있어 한다. 그들의 중요한 임무는 희망의 깃털을 관리하는 것이다. 희망의 깃털은 지구상의 곳곳에 모든 희망을 공급하고 나눠 주는 수단이다.

너무 멋지다.

소녀 요정들은 자연을 보호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정마법을 배우고 소년 요정 브라우니들은 희망을 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각자의 특별한 능력을 조금씩 배워나가며 어른이 된다.

보이는 것만 믿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삭막하고 재미가 없다. 우리가 사랑하는 마음,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는 대상인 신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정 연대기>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즐겁고 행복함을 느끼게 해준다.

요정을 믿지 않고 덤덤하게 사는 것보다는 자연 속의 요정들을 상상하며 즐거운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에게도 꼭 읽혀 주고 싶다. 요정 연대기의 작은 제목은 네 안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라고 쓰여 있다. 우리의 사랑하는 아이들은 책 속 요정들처럼 특별한 능력을 품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바르게 사용하려면 지혜와 성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블린 이모의 말을 되새겨 본다.

이 책을 읽는 어른들은 마치 희망의 깃털을 우연히 주운 포레스터 씨가 된 기분이 들 것이다. 그의 일기장에는 깃털과 함께 이렇게 쓰여 있다.

 

인생,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둘째,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늘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이 책은 산타와 요정을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한 멋진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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