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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디지털 세상에 남겨진 죽은 이들의 흔적에 대하여
칼 외만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26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디지털 세상의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미처 제도나 윤리적 인식이 정립되기도 전에 여러 부작용과 사회적 문제들이 우후죽순처럼 급증하고 있네요. 그 중 하나의 문제를 다룬 책이 나왔네요.
현재 디지털 생태계에서 데이터로 남게 된 망자들의 흔적을 어떻게 처리하고 관리해야 할까요.
칼 외만의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 정치적, 윤리적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네요. 우선 저자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산 자와 죽은 자가 온라인에서 공존하는 포스트모털 조건임을 확인시켜주네요. 수천 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는 웹상에 연결된 아카이브를 통해 죽은 자들과 같은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죽은 자들과의 새로운 공존 형태에서 과거와 고인들은 다시금 우리에게 현재가 되었는데, 정작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해본 적이 없다는 거죠.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현재 시스템에서는 우리의 디지털 유해, 즉 우리의 집단적 디지털 과거를 민간 영리 기업들이 대부분 소유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네요. 만약 이대로 우리의 집단적 디지털 과거를 산업계에 내맡겨 버린다면 기업의 자본 논리만을 따르는 시스템만 남게 될 것이고, 디지털 암흑 시대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네요. 고인의 디지털 데이터를 삭제할 것인지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이토록 중요한 문제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집단적 디지털 유산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생겼네요. 개인이나 유족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관점에서 함께 다뤄야 할 공동의 과제라는 거죠. 이 책은 해결책이 아니라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를 건네고 있네요. 잊혀질 권리와 역사적, 기록적 가치 사이에서 균형 잡힌 새로운 기준은 우리가 정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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