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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풍경
장강명 지음 / 해냄 / 2026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리없이 도미노가 넘어가고 있다는 걸.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지켜내야 한다고 여겼던 절대적인 기준선이 무너진 건지도.
화살은 이미 활시위를 떠나버렸는데 지금 그 화살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감도 안 오질 않다면 이 책을 펼치시길.
장강명 작가의 《근미래의 풍경》은 짧은소설집이네요.
SF 소설인데 까마득히 먼 미래가 아닌 예측과 상상이 결합된 현실 가능한 모습들이 짧은 이야기들로 나뉘어져 소개되고 있네요.
인상적인 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초거대 기업인 '네카팡'의 영향력이네요. 저자는 작품에 나오는 기업, 기관, 단체, 사건, 인물은 대부분 소설적 창작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지만 독자들은 이름을 보자마자 우리의 일상을 점령하고 있는 세 기업을 떠올릴 수밖에 없네요. <생각의 관문 앞에서>라는 첫 번째 이야기는 국회 인사청문회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일명 '막말테이너'라는 별명을 가진 3선 의원이 장관 후보자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칼럼 기사를 언급하고 있네요.
"한국이 '네카팡공화국'인가라는 질문에 '매우 동의한다' 또는 '대체로 동의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80퍼센트가 넘었다.
이런 답변은 단순히 네카팡그룹의 매출액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0퍼센트가 넘는다는 이유로 나오는 게 아니다.
네카팡이 영화, 방송,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시장 전체를 장악한 공룡 기업이자
패션에서부터 신선식품에 이르기까지 유통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라는 차원의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 후보자는 이 칼럼 읽으신 적 있으세요?"
"예, 의원님, 읽었습니다."
"이 칼럼에서 네카팡의 진짜 문제점이 뭐라고 합니까? 혹시 기억나요?"
"네카팡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생각의 틀'을 만드는 시대라고 지적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말 흐르지 마세요, 후보자! 네카팡 같은 기업이 아니라 네카팡 하납니다!"
(8-9p)
사람들의 취향, 소비를 넘어 생각의 틀까지 설계하는 초거대 기업 '네카팡'의 등장으로 시스템이 제공하는 편리함과 공정함에 익숙해진 인간들이 점차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알고리즘의 선택에 의존하면서 통제권을 잃어버리는 '통제 상실' 시나리오를 그려내고 있네요. 인공자궁을 통한 출산, 육아, 노동, 인간관계, 디지털 제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상이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 효율적으로 관리되는 모습은 얼핏 완벽한 낙원 같지만 동시에 완벽한 감옥처럼 느껴지네요. 인공지능이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겼던 도덕적 판단이나 감정적 영역까지 장악한다면 인간의 자율성, 자유 의지는 어떻게 될까요. 거대 자본과 첨단 기술의 결합이 만들어낸 편리하고 안락한 세상에서 인간은 끓는 물 속의 개구리 신세와 다를 바 없네요. 진짜 이런 미래가 올지 오지 않을지, 그건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네요. 스스로 사유하지 못하는 인간에게 자유는 없다는 것. 저자의 말처럼 소설은 예언이 아니라 질문이며, 우리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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