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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 - 세상이 지우려 했던 소녀들, 그러나 끝내 지워지지 않은 이야기
수잔 위그스 지음, 허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 말을 믿어. 괴물은 바깥에 있어.
적어도 여기 이 담장 안에 있으면 넌 안전해."
(168p)
새빨간 거짓말, 어떻게 이런 말을 죄책감 없이 떠드는 걸까요.
최악은, 그 대상이 힘 없고 어린 소녀들이라는 거예요. 괴물은 우리 가까이에 선한 가면을 쓰고 다가온다는 걸.
수잔 위그스 작가의 장편소설 《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은 폭력과 억압에 맞서 연대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 소녀들의 이야기네요.
주인공 메이린은 강제로 '선한 목자 수녀원'에 입소했고, 그곳에서 또래 소녀들과 감옥과도 같은 감금 생활을 하게 되네요. 그곳은 가톨릭 기관을 가장한 강제 노동 수용소였고, 혹독한 가혹 행위와 무급 노동을 견디다 못해 친구들과 탈출을 감행하네요. 사회적 약자인 소녀들을 타락한 존재, 길들여져야 할 존재로 낙인 찍고 통제하려 했던 기성사회의 추악한 민낯을 고발하고 있네요. 선한 목자의 집 수녀들은 엄마에게 약속했던 것처럼 인성을 교화하는 대신에 메이린을 뉘우칠 줄 모르는 도둑으로 만들었고, 메이린은 저항했네요. 돌아가신 아빠는 그녀에게 사랑과 가능성이 가득한 세상을 알려줬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던 거예요. 아빠는 메이린에게 아티초크가 아니라 민들레가 되라고 했어요. 그래서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버텨 낼 수 있었고, 아빠와 함께였을 때 알던 세상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았던 거예요.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고통 속에서도 서로를 믿고 연대하는 모습이었네요. 세상은 소녀들을 얼룩마냥 없애려고 했지만 그녀들은 끝끝내 맞서 싸웠고, 기억되어야 할 정의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네요. 끔찍한 학대를 당하고도 침묵해야 했던 소녀들이 진실을 밝히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할 수도 없지만 마침내 목소리를 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영원히 길들여지지 않은 소녀가 건네는 감동이었네요.
"우리의 죄 많은 비밀을 전부 털어놔야 해."
"우리한테는 죄가 없어."
"우린 한 번도 죄를 지은 적이 없어."
"그리고 이제 비밀은 없어."
"비밀은 진실이 부끄러울 때에나 만드는 거야.
우리는 두 번 다시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어."
"괜찮겠어? 힘든 일이 될 거야."
"힘들어도 할 수 있어. ··· 나뿐만 아니라 우리와 같은 일을 겪은 모든 아이들,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서 꼭 해야 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람들이 알아야 해.
몇십 년이나 지났지만 우린 아직도 그 일에 시달리고 있잖아, 안 그래?"
"이렇게 해야 우리도 자유로워질 거야. 우리가 더 많이 꺼내 놓을수록 나쁜 기억은 작아져."
(5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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