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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 읽는 양자 세계 : 상 - 게임처럼 생각하면 양자역학이 쉬워진다 ㅣ 흥미롭게 읽는 양자 세계
아부다수 지음, 정주은 옮김 / 미디어숲 / 2026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용감하네?"라는 반응이 재미있네요.
저자의 말에 따르면 양자 물리학을 펼치는 '용자'는 대개 두 부류이며, 하나는 호기심에 이끌린 '뉴비'이고, 다른 부류는 나름 접해본 '고인물'이라는 거예요. 양자 물리를 처음 접하는 '뉴비'라면 먼저 1장을 맛보기용으로 권하고 있고, 이미 관련 책들을 읽어 봤으나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겠는 '고인물'에게는 드디어 인생책을 만났으니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고 있네요. 어라, 자화자찬? 진짜 용자는 저자인 건가요?
《흥미롭게 읽는 양자 세계 (상)》는 중국 최대의 IT · 게입 기업인 텐센트의 초창기 멤버이자 20여 년 경력의 게임 개발 전문가인 아부다수의 양자역학 입문서네요. 저자는 물리학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회사원이지만 십수 년을 게임 개발자로 일하면서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플레이어들이 금세 새로운 게임이 익숙해지도록, 즉 뉴비를 고인물로 거듭나도록 돕는 탁월한 가이드였음을 밝히면서, 양자역학도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하네요.
이 책에서는 복잡한 물리 공식이나 어려운 수학 지식 없이도 양지 물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특급 비법이 있네요. 그건 바로 게임 메커니즘을 연결하는 거예요. 우주를 게임 시뮬레이션으로 접근하여 미시 세계의 기묘한 현상을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게임 로직에 빗대어 설명해주네요. 그러니까 이 책은 신기한 '양자호' 열차이고, 저자는 그 열차를 운행하는 가이드가 되어 파동-입자 이중성,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양자 터널링, 양자 얽힘, 패리티 비보존 등 신기하고 놀라운 현상들을 차근차근 소개해주는 거예요.
"'양자 세계'라는 롤플레잉 게임 RPG 을 한다고 해 보자. 당신의 캐릭터가 협곡에 가서 드래건을 사냥하려고 하는데, 이곳에 드래건이 있을 확률은 50%다. 여기서 질문! 캐릭터가 협곡에 들어가기 전, 이 드래건은 존재하는가?
당신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몬스터 랜덤 소환 프로그램의 연산 결과에 따라 달라지므로, 연산 결괏값이 있다면 드래건은 존재한다.'
하지만 게임 게발자의 생각은 다르다. '캐릭터가 협곡에 들어가야만 몬스터 랜덤 소환 스크립트에 따라 확률이 계산되고, 계산 결과에 따라 드래건 생성 여부가 결정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질문하겠다. 캐릭터가 협곡에 들어가기 전, 이 드래건은 존재하는가? 답은 'Yes and No'다.
즉, 몬스터 소환 스크립트가 작동하기 전까지는 드래건은 '있다'와 '없다'가 중첩된 상태이고, 캐릭터가 협곡에 진입하는 순간에 스크립트가 작동하며 중첩 상태가 붕괴하면서 구체적인 하나의 상태로 확정된다. 이것이 바로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는 상태' 아닌가? 그래서 현실 세계를 컴퓨터 게임 속 가상 세계라고 생각하면 양자 현상을 설명하기가 쉬워진다."
(25-26p)
양자의 세계를 컴퓨터 게임 속으로 가져온 발상이 참으로 기발하네요. 프로그래머의 사고방식과 게임 논리를 이용해 가상 세계의 시각으로 들여다보며, 복잡한 양자 실험의 배후에 존재하는 신기한 가상 세계 논리를 설명해주니 뭔가 단순해지면서 쉽게 상상할 수 있네요. 게임 메커니즘과 연결하니 자연스럽게 골치 아픈 이론에 얽매이지 않고 게임을 하듯이 직관적으로 이해하며 즐기는 자세가 되는 것 같아요.
양자의 불확정성은 객관적 세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만, 실제로 과학자들은 이미 연구를 통해 측정 정밀도를 높이는 양자 측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의료 분야의 NMR, 보안 통신 분야의 양자 암호화 기기 등 다양한 설비의 연구개발에도 쓰이고 있네요. 그러니 앞으로 미시 분야의 기술은 모두 양자의 불확정성 원리를 기반으로 발전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는 거죠. 또한 우주의 진화를 살펴보면, 양자의 불확정성이 없었다면 항성은 빛을 낼 수 없었을 것이고, 은하도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며, 심지어 우주 자체도 탄생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불확정성으로 인한 여러 현상을 파악하면, 현대 과학의 발전사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상 만물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네요. '나'란 사람 한 명이 양자역학 개념들을 안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바뀐다는 것은 고정된 세계가 확률과 가능성으로 채워진다는 의미가 될 거예요. 관측하기 전까지는 모든 가능성이 중첩되어 있고, 나의 선택과 관측이 결과를 바꿀 수 있으니까요. 게임 속 캐릭터가 이동할 때 먼 곳의 풍경은 미리 다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에만 실시간으로 구현되듯이, 우리가 양자 세계를 이해하는 만큼 확장된 세계를 만날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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