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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라는 세계
리니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1월
평점 :
어릴 때부터 쭉 쓰던 일기를 멈췄던 시기가 있네요.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쓸 기운도 없을 뿐더러 괴로운 상태를 글로 남기는 것이 싫었네요.
좋을 때만 써야지, 했다가 어느새 연중행사처럼 쓰고 있네요. 일기장은 깊숙히 넣어뒀다가 가끔 은밀하게 털어놓는 용도가 되었고, 요즘은 필사의 매력에 빠져서 매일 노트에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을 옮겨 적고 있네요. 자꾸 쓰다 보니 뭔가 더 의미 있는 것들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기록의 과정과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네요.
《기록이라는 세계》는 기록 친구 리니의 특별판, 트윙클에디션이네요.
우와, 이럴 수가! 이토록 멋진 기록의 세계를 널리 알리고 있는 분이 계셨군요.
저자 리니는 기록으로 다정한 마음을 건네는 사람, 이미 18만 명의 기록 친구들과 함께 기록의 가치를 나누고 있다는데, 오늘부로 한 명 더 추가됐네요. 비닐로 꽁꽁 싸여진 책을 받아보니, 그 안에 작은 봉투가 마치 나에게 온 편지마냥 있더라고요. 안에는 책갈피 2개와 빨간색 다이어리 밴드만 있고 다른 메시지가 없길래 살짝 실망했는데, 진짜 중요한 메시지는 봉투 겉면에 적혀 있다는 걸 나중에 봤네요. 봉투를 여는 윗부분에 "to be happy about"이라고 적혀 있고, 봉투 겉면에는 숫자 1부터 48까지 빼곡하게 좋아하는 목록들이 나와 있네요.
뭔가를 시작할 때 노트를 장만하는 것
도각도각 조약돌 소리가 나는 기계식 키보드
산리오 콜라보 유니볼 볼펜
초록초록한 나무와 담쟁이덩굴, 벽돌건물
비오는 날에 나는 풀내음, 흙냄새
고소한 우유맛 나는 아이스라떼 한모금
창밖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
(···)
역시 뭔가 통할 줄 알았네요. 일상의 소소하고도 소중한 것들에 기쁨과 행복을 누리는 저자의 마음에 공감하고 나니, 저자가 알려주는 기록이라는 세계가 더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네요. 기록 친구 리니만의 아날로그 기록 노하우가 여기, 다정하고 꼼꼼하게 담겨 있네요.
기록이라는 세계에서 헤매지 않도록 '길이, 넓이, 깊이'라는 세 가지 장으로 나누어 안내하고 있어요. 길이는 삶을 확장하는 기록으로 초보자들을 위한 첫걸음에 해당되네요. 짧은 메모, 365일 연력, 날것의 일기, 루틴 트래커, 포토로그, 건강기록, 만다라트로 가볍게 하루를 기록하는 습관을 다지는 단계네요. 넓이는 관찰과 수집으로 이룬 재발견으로 나를 넘어 타인과 주변 환경 등등 외부 세계로 시야를 넓히는 단계네요. 셀프 탐구 일지, 감정 어휘 기록, 미지의 세계 노트, 사람 관찰 일지 등등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여러 가지 방식의 기록을 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고 신기하네요. 깊이는 기록으로 찾아가는 나의 미래로, 그동안 축적된 기록을 바탕으로 삶의 방향을 바로잡고 단단한 미래를 설계하는 단계네요. 이를 테면 정리 물건 리스트, 데일리 로그, 월간 성찰, 미래 일기, 실패 노트인데 기록의 신세계를 보는 것 같아요.
진짜 나만을 위한 기록이라고 하면 당연히 일기 쓰기만을 생각했는데 저자의 스물다섯 가지 기록 레시피를 보면서 숙제 같던 기록이 즐거운 도전으로 느껴졌네요. 저자가 말한 '기록이 주는 선물'이 무엇인가를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제 하루하루 기록을 통해 선물 같은 기쁨과 즐거움을 누릴 차례네요. 부록에 나온 '리니의 기록 도구'를 보면서 슬며시 미소 짓게 되더라고요. 기록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펜, 노트와 같은 도구들에 눈길이 가면서 문구의 세계로 확장되는데, 뭔가 좋아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서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삶을 기록하며 성장하는,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나는 트윙클에디션이네요.
"기록이 뭐 별건가요?
매일 쓰지 못해도,
어설픈 한 문장이어도 충분합니다.
일단 한 줄이라도 써보세요."
_ 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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