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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 만물의 평등에 관하여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카를로 씨, 어떤 물체가 움직이거나 정지해 있다는 것을
완전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운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어떤 것이 움직이거나 정지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생각은 어느 부분이 오류일까요?
··· 그는 물체의 운동 상태 여부를 측정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관찰할 수 없어도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권위 있는 대학의 철학과에 다니는 청년이
4세기 전 갈릴레오가 깨달은 바를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 학생이 관찰할 수 없음에도 절대운동이라는 실체가 있다고
믿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이 책을 쓰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26-27p)
카를로 로벨리의 신작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는 2024년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진행된 강연을 엮은 책이네요.
프린스턴대학교 철학과로부터 초청을 받은 저자는 현재 진행 중인 과학혁명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성찰하고 이야기하고 있네요.
저자는 철학과 학생과의 대화를 통해 그 친구가 물리학에 관해 알고는 있지만 믿지는 않는다는 점을 짚어내고 있네요. 물리학의 운동 개념은 배워서 알지만 자신의 직관, 즉 제한된 경험의 산물이 더 신뢰할 만한다고 여긴 거예요. 이러한 오류가 현대 철학을 가두고 있다고 본 저자는 갈릴레오의 직관에서 시작해 양자역학, 지식의 본질, 그리고 양자 중력에 이르기까지 현대 물리학이 밝혀낸 관계적 세계관의 철학적 의미를 살펴보고 있네요.
저 역시 세상을 생각하는 방식이 앞서 소개한 철학과 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네요. 우주에 비하면 아주 작고 독특한 행성인 지구에 살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된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는 편견이 생긴 거죠.
이 책에서는 여섯 번의 강의와 한 번의 특별 강의가 수록되어 있네요. 저자는 우리와 자연 사이를 지그재그로 오가며, 지식과 세상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네요. 양자역학은 매번 새롭게 느껴질 정도로 어려운데, 단순하게 표현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모든 물리적 변수와 관련되어 있기에 상대적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네요. 절대적인 고유성이나 분리된 사물은 없으며, 모든 것은 상호작용과 관계라는 그물망 속에 결정되며, 상대적 의미 이외에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존재를 근본적으로 축소하네요. 우리의 지식은 현실에 대한 하나의 관점을 담고 있고,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정보이며 불완전하기에 오히려 진화할 수 있음을 강조하네요. 세계는 관계주의와 관점주의가 더해져 여러 과정 속에서 물질과 유동적 시공간이 생겨나고, 그것이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인 거예요. 우리의 직관은 시간을 흘러간다고 느끼지만 흐르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네요. 과학자인 저자에게 '무엇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은 공허하게 느껴진다는 거예요.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평등하게 존재하며, 그들은 저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어요. 우리가 세상을 관찰하고 연구할 때, 우리는 세상과 동떨어진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묘사하고 있는 세상의 일부이며, 세상은 우리의 혈육과 같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물리적 시스템이라는 거예요. 현대 과학과 일관되게 세계를 해석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는 주관적 관점이며, 진리는 주관적이라는 거죠. 따라서 과학적 지식을 신뢰하지만 언제든 오류 가능성을 열어두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태도가 필요하네요. 우리는 이미 아는 것을 버리지 않고 그것을 고쳐가며 새로운 지식을 쌓아가고 있네요. 저자는 우리를 익숙한 세계에서 낯설지만 친근한 세계로 안내하고 있네요.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만물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에게 기대어 있으며, 관계와 관점으로 엮여 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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