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 애덤 스미스부터 프리드먼까지 200년 경제사상사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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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책이 나왔네요.

엄밀히 따지자면 이 책이 출간된 시기는 1977년, 당시 세계 경제는 제1차 오일쇼크의 충격 여파로 경기 침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우려와 불안감이 고조되던 때였다고 해요. 갤브레이스는 1973년, 영국 공영방송국인 BBC 에서 기획한 방송 프로그램 출연 제의를 받았는데, 방송 프로그램의 제목이 <불확실성의 시대>였고, 그 방송과 함께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하네요.

《존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는 200년 경제사상사에 녹아 있던 위대한 확실성을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는 불확실성이라는 문제로 풀어낸 책이네요.저자는 경제를 정치, 사회, 역사적 맥락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권력 구조의 산물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네요. 기존의 경제사상사가 아담 스미스부터 케인스까지 학자들의 이론과 업적을 나열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애덤 스미스부터 존 메이너드 케인스까지 학자들의 사상에서 시작해 그 사상에서 비롯된 제도와 결과를 다루면서 경제학에 갇히지 않고 시대 전반의 흐름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있네요.

BBC 방송 프로그램과 함께 집필된 책이라서 비전공자도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다양한 시각자료를 제공하고 있어서 꽤나 두꺼운 벽돌책임에도 크게 부담되지 않았네요. 과거의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이 절대적 진리라고 확신했지만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나 프리드먼의 '극단적 자유주의'는 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며, 저자는 고전학파의 주장이 현실의 거대 독과점 기업과 불평등 문제를 가린다고 지적하네요. 위대한 사상가들의 시대적 한계와 대립을 통해 시장과 국가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살펴보고, 경제 정책 뒤에 숨겨진 '누가 결정을 내리고, 누가 혜택을 보며,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인간과 정치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만드네요. 갤브레이스는 특정 경제 이론이나 이념을 맹신하는 태도를 경계하며, 현실을 직시하는 실용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제안하고 있네요. 주체적인 소비자이자 시민으로서 체제와 조직을 이해하고 권력의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는 계기였네요.


"위대한 거물들이 위계질서가 깨지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때는

자기가 틀렸을 때이다. 그래서 그들은 케인스를 그토록 나쁘게 바라보았다.

케인스는 그 뒤로 20년 동안 보험회사 사장으로 지내면서 주식과 상품과 외환 등에 투자했는데,

잃을 때보다 딸 때가 더 많았다. 그는 또 경제학을 가르치고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썼으며

또 예술과 책 그리고 블룸즈버리그룹의 친구들에게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공적인 문제에 있어서 그는 배제되었다. 그가 규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똑똑한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세상이 찾는 것은 아님을 우리는 앞에서도 보았다. 이런 사람은 오히려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어서 배제된다."

(364p)


케인스가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은 자유를 누릴 때에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은 사람은 윈스턴 처칠이었다고, 1925년 영국의 재무부 장관이던 처칠은, 현대 경제사에서 한 국가 정부가 저지른 일 중 가장 극적으로 불행한 실책으로 꼽는데, 그건 바로 파운드화의 가치를 금과 달러에 대해서 전쟁 전의 금본위제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시도였네요. 파운드화의 환율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린 것은 금융 분야에서 영국의 관리 역량이 확고하고 신뢰할 수 있음을 과시하기 위함이었고, 그런 결정을 내리는 데는 극소수만 참가했기에 가능했던 거예요. 최고의 공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회의 자리에서 어떤 발언을 하면, 다른 참석자는 그 발언을 칭송하기 마련이고, 애초에 케인스처럼 반대 의견을 내놓을 만한 사람은 그런 자리에 앉을 수 없었으니 실수를 막을 시스템의 부재인 거네요. 이때 케인스는 공개적인 글을 통해 처칠이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게는 자기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막아줄 직관적인 판단력이 없기 때문", 또 "그런 본능적인 판단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계의 소란스럽고 인습적인 헛소리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369p)라면서 망신을 줬네요. 한때 이단자 취급을 받기도 했던 케인스가 제안한 실업과 불황에 대한 구제책이 효과를 발휘하며 그 성과를 인정받았으나 어느 한 시기에만 맞은 것이지, 모든 시기를 통틀어서 언제나 맞은 건 아니었네요. 경제학은 시대의 산물이지 절대불변의 진리가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새롭게 해석할 줄 알아야 해요. 이제 확실성이 지배하던 시절은 막을 내렸고, 불확실성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냉철하고 예리한 통찰을 전해주는 책이네요.


"지도자가 어떻게 선출되었든 간에 사람들은 그 지도자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또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 모든 위대한 지도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특성이 있었다.

그것은 당대 국민이 불안하게 여기는 주요 대상과 기꺼이 정면으로 맞서서

싸우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바로 이것이 리더십의 본질이다.

··· 리더십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무조건적으로 헌신하는 것이다. 루스벨트의 리더십이 그랬다."

(609-611p)


"불확실한 것이 너무도 많은 시대에 딱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그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고

그것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6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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