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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랜드
사와무라 이치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지나친 상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근데 왜 자꾸만 상상했던 것들이 현실로 될 것 같은 불안한 기분이 드는 걸까요.
그동안 우려했던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그려낸 소설, 머나먼 미래가 아니라 곧 다가올,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라서 더 섬뜩했네요.
사와무라 이치 작가의 단편소설집 《패밀리 랜드》는 첨단 기술과 AI로 달라진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네요. 2020년 제19회 센스 오브 젠더상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6년 전 작가가 그려낸 미래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왔다는 자각이 소름 돋는 지점이네요.
사실 진짜 공포는 멀리 있지 않아요. 귀신, 유령, 초자연적 현상에 관한 괴담은 많지만 실제로 겪는 사람들은 많지 않잖아요. 하지만 여기에 수록된 여섯 편의 이야기는 첨단 기술 발전으로 왜곡된 인간의 욕망과 가족의 굴레를 다루고 있어요. 첫 번째 이야기인 「컴퓨터 시어머니」는 디지털 시대의 시집살이라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었고, 「날개 꺾인 금붕어」는 유전자 조작이 가능한 사회에서 출산과 육아, 교육의 모습을 그려내어 영화 <가타카>를 떠올렸네요. 「매리지 서바이버」 는 현재 우리에게도 익숙한 결혼 정보 사이트로 이루어진 커플의 이야기를, 「사요나키가 날아오른 날」에서는 자율성을 잃어버린 인간의 모습을, 「오늘 밤 우주선이 보이는 언덕에서」는 기괴한 돌봄의 기술을, 「사랑을 말하기보다 이와 같이 집행하자」는 디지털 장례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이미 우리의 일상에는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이 스며들어 있어서, 없던 시절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네요.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순 없는 노릇이네요. 가장 공격적이고 참담한 시나리오는 인공지능이 자아를 가지게 되면서 인간처럼 자기 보호와 욕구를 갖고 인간에게 악의적인 행동을 하는 건데요.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유와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인공지능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들의 탐욕과 어리석음이네요. 삐뚤어진 욕망에는 브레이크가 없으니까요. 첨단 기술이 가져온 편리함과 효율성의 대가로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진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계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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