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밑 도피자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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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믿는다는 것과 믿고 싶은 건 엄연히 다른 얘기네요.

과연 영혼이 존재할까요, 사람이 죽은 뒤에 영혼은 어떻게 될까요.

산 자의 입장에서 죽은 자의 사정을 확인할 길이 없으니 전해내려오는 이야기 혹은 종교를 통해 짐작할 따름이네요.

무시무시한 귀신을 목격했다거나 초자연적 현상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인면수심의 흉악한 것들을 접할 때마다 '귀신은 뭐하나, 저것들 안 잡아가고', 그 존재를 믿고 싶더라고요. 이승과 저승 사이, 죽은 이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이들을 가리켜 저승사자, 혹은 저승차사라고 했는데요.

바로 그 '차사'의 임무를 방해하는 인간이 벌이는 은밀하고도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나왔네요. 와, 진짜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비하고도 미스터리한 일들이 많으니까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리러하 작가의 장편소설 《처마 밑 도피자들》은 수상하지만 흥미롭고 따뜻한 미스터리 판타지 세계를 보여주네요.

소설은 영혼을 지키려는 자와 영혼을 추적하는 자, 그리고 사연을 가진 영혼들의 이야기네요.

<지금 망자 웃음소리 맞죠? 아, 차사님?>

<내가 가지요. 그쪽은 재판소에 재판 안 미뤄도 된다고 연락하십시오. 10분 내로 데려간다고.>

<오케이요, 차 세워둔 데에서 대기할게요.>

차사 한 명이 나를 앞지르더니 순식간에 멀어졌다. 무게를 더럽게 잡던 것에 비해 발놀림은 가벼웠다.

하긴, 한 번 놓쳤던 영혼을 잡으러 가는 길이니 마음 급하겠지.

(17p)

저승사자, 차사가 등장한다고 해서 괜히 겁 먹을 필요는 없네요. 무섭다기 보다는 신기하다고 해야 할까요. 영혼과 사후세계를 관리하는 저승공무원들이 있는데, 저승으로 가야할 영혼들이 사라지는 일이 터진 거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여기에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간 '현수리'가 등장하네요. 주변 사람들에겐 현실 개념이 떨어지는 백수 취급을 받고 있지만 남들 모르는 곳에서 안타까운 영혼들을 돕는 조력자였으니, 뭔가 숨은 히어로라고 해야 할까요.

"난 무슨 감정에 주로 휘둘리는 걸까 생각해봤어요.

근데 가정부터 에러였어. 난 그냥 내가 접하는 현상이 좋은 거더라고."

"현상이요?"

"사람들이 인생 마지막 순간에 간절한 소망을 하나 떠올리고,

그걸 이루는 순간을 보는 거."

(270p)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누굴 돕는다는 생각 없이, 자신이 좋아서 한다는 말이 감동이더라고요. 누군가의 상처와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하며 도우려는 마음이야말로 세상을 아름답게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수리처럼 특별한 능력이 없더라도 우리에겐 따뜻한 마음이 있다는 걸, 그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어디든 '처마 밑' 안전한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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