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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음악은 여전히 - 이윤석 산문집
이윤석 지음 / 레가토 / 2026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옥수수를 입에 물고 하모니카 불던 시절이 있었죠.
과거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배우는 대표적인 악기가 리코더와 하모니카였네요. 크기도 작고 다루기 쉬워서 그 시절엔 흔하디 흔한 악기였네요.
특히 하모니카는 구멍에 대고 숨을 불어넣기만 하면 쉽게 소리가 나기 때문에 동요를 연주하기까지 큰 어려움이 없다보니 가장 만만하게 봤던 악기였는데, 하모니시스트의 놀라운 연주를 듣고나서야 대단한 악기였음을 깨닫게 됐네요. 훨씬 더 정교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이며, 하모니카 연주자가 클래식 무대에 선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네요.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음악은 여전히》는 하모니시스트 이윤석 님의 음악 에세이네요.
저자도 처음 하모니카를 배우게 된 것은 문화센터였고 평범한 취미로 여기다가 초등학교 시절 참가한 아시아 태평양 하모니카 대회에서 '크로매틱 하모니카'를 만나면서 단숨에 매료되었다고 하네요. 클래식 작품을 하모니카로 연주하는 외국 연주자들의 모습을 보고, 한국에 돌아와 그 악기를 구하고 운명처럼 지그문트 그로븐의 음반을 만나면서 음악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해요. 하모니카와 사랑에 빠졌고, 하모니카 연주자가 되기 위해 갖은 노력 끝에 그토록 꿈에 그리던 노르웨이 음악원을 최초의 하모니카 전공자로 입학해 클래식 하모니카 연주자의 길을 걷고 있으니, 이 책은 하모니카와 음악을 향한 저자의 사랑과 열정을 담아낸 삶의 이야기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매일 손에 쥐다 보니 이 작은 악기는 이제 내 몸의 일부이자 삶이 되었다.
나의 습관이자 직업이며, 가장 순수한 사랑이자
때로는 깊은 애증의 대상.
그래서 나는 늘 내 악기에게 고맙다."
(52p)
대중적인 악기지만 클래식 무대에서는 그리 주목받지 않는 악기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주저없이 나아갔다는 점에서 놀라운 것 같아요. 저자 스스로도 직업 만족도는 높지만 경제적 안정에 대한 고민은 늘 갖고 있는데, 이런 삶 속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태도는, '중요한 것은 묻지 않는다.' (21p)라고 하네요. 본인의 삶의 방향을 정할 때 다른 누구에게 묻지 않고 오직 자신의 마음을 따라갔다는 부분에서 내면이 단단하다고 느꼈네요. 이른바 '루바토처럼 살아가기', 루바토는 '훔치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루바레'에서 왔는데, 음악적으로 박자를 살짝 훔치듯 의도적으로 템포를 조금 당기거나 늦추며 밀고 당기는 것을 뜻한대요. 제멋대로 박자를 흔드는 무질서와는 달리 루바토는 정해진 틀 안에서 아주 미묘하게 숨을 고르는 방식에 가깝다고 하는데, 저자는 루바토처럼 삶의 자유와 질서 안에서 균형을 잡으며 음악 인생을 살아가고 있네요. 하모니카와의 운명적 만남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음악 인생을 통해 멋진 삶의 태도를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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