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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ㅣ 열린책들 테마 컬렉션 : 호러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정확하게 처음은 아니겠지만 공포 소설이 무엇인가라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준 첫 번째 작품이 있네요.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읽으면서 정말 무서웠거든요. 동화책에서 소설책으로 넘어갈 무렵이니까 꽤 오래 전 기억인데도 그 느낌만은 생생하게 남아 있어요. 사실 그때는 책에 적혀 있는 그대로를 흡수하던 시절이라 감정이입과 몰입이 엄청났던 것 같아요. 그 뒤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을 여러 차례 읽었지만 강렬한 첫만남의 기억은 결코 잊을 수가 없네요.
열린책들 테마 컬렉션 호러 시리즈 3종 중 하나가 바로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이네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서 기존에 다양한 번역본들이 나와 있지만 이번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소장하고 싶은' 책이라는 점이네요. 책이란 본디 읽기 위한 용도이지만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고전 작품의 경우에는 특별대우가 필요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었는데 그걸 실현시켜준 책이 나온 거예요.
우와, 멋지다!
책의 외관을 보자마자 감탄을 했네요. 광택이 도는 검은 바탕에 금빛과 은빛으로 인쇄된 제목과 그림이 참으로 고급스러운 자태를 보여주고 있네요. 또한 실로 꿰매어 제본하는 정통적인 사철 방식으로 만들어져 오랫동안 보관해도 손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럽네요. 누군가는 '책이 장식용이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름다운 외관도 중요한 요소라고 여기네요. 눈길이 가고, 손길이 가야 책을 자주 펼쳐보게 되니까요. 물론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것 같네요.
이번 책에는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12편이 수록되어 있네요. 출간일 순으로 1833년 작품인 <병 속에서 발견된 수기>를 시작으로 1839년 <어셔가의 붕괴>, 1841년 <모르그가의 살인>과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다>, 1842년 <붉은 죽음의 가면극>과 <구덩이와 진자>, 1843년 <황금 벌레>와 <검은 고양이>, 1844년 <생매장>과 <도둑맞은 편지>, 1846년 <아몬티야도 술통>, 1849년 <절뚝 개구리>를 만날 수 있네요. 김석희 번역가의 깔끔한 문장들 덕분에 술술 읽히는 데다가 작품 중간에 실린 삽화들이 상상력을 자극하네요. 그림들은 영국의 저명한 삽화가인 아서 래컴의 작품으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작업했던 분이라고 하네요. 어쩐지 작품의 결과 잘 맞는 그림이라서 찰떡이다 싶었네요.
각 작품들은 우리를 인간의 깊은 내면 속으로 끌고 가네요. 단순히 무섭다고 느끼는 공포를 넘어 집착, 불안, 광기, 죽음, 범죄와 죄의식이라는 근원적인 공포를 보여주고 있네요. 그냥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참 무서운 존재라는 걸 깨닫게 하는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요. 추악한 범행을 파헤쳐가는 과정, 어두운 본성이 드러나는 순간의 공포가 맞물려 기묘한 세계를 경험하게 되네요. 맨뒤에 수록되어 있는 '에드거 앨런 포 연보'를 보면서 새삼 불우한 유년기와 방황하던 청년기, 그리고 아내의 죽음 이후 피폐했던 삶이 그의 작품들과 겹쳐지면서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이제 확실히 알겠습니다. 가면을 쓴 이들이 어떤 자들인지,
이들은 바로 위대한 왕과 일곱 명의 장관입니다.
아무 힘도 없는 여자를 함부로 때리는 왕, 그리고 왕의 폭행을 부추기는 장관들이죠.
나는 어릿광대인 절뚝 개구리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내 마지막 익살입니다."
(3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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