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1 (반양장)
리선샹 지음, 양성희 옮김 / 휘닉스드림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 역사 소설이다.

역사적인 교훈을 생각하기에 앞서 재미가 있다.

고사성어 와신상담은 오왕 부차와 월왕 구천 사이의 대결과 복수를 담고 있다. 세기의 라이벌이라 할 만하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천은 태자 신분이고 부차는 일개 왕자였으나 서로 왕이 되어 대결하자는 약속을 한다. 아직 왕에 오르지도 못했으면서 왕위 쟁취를 다짐했다는 것이 대단하다. 어쩌면 서로 경쟁 관계가 될 것을 운명적으로 느꼈던 것인지도 모른다.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와 월나라의 관계는 약소국인 월나라가 계완 공주를 화친 목적으로 시집보내면서 표면적인 평화를 유지한다. 그러나 태자비가 된 계완 공주가 굴욕을 참지 못하고 월나라로 도망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제 1권은 월나라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약소국 월나라를 응원하게 됐다. 계완 공주가 당한 수모가 마음 아프기도 하고 태자 구천의 처지가 딱하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 사실 월왕 윤상은 치세에 능한 왕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적으로는 잔인한 아버지였다. 엄청 아끼고 사랑했던 계완 공주를 적국에 시집보냈고 돌아온 공주를 보호하는 척 하면서 결국엔 적의 손에 넘겼다. 또한 자신의 아들이자 태자인 구천을 쫓아내고 첩의 어린 아들을 왕위에 올리려 했으니 도가 지나치다. 태자 구천을 폐위한 이유도 계완 공주를 보호하기 위해 오나라와 맞섰기 때문이다. 약소국인 월나라가 오나라에게 대항한다면 자멸할 수도 있겠지만 계완 공주가 당한 수모를 참고 넘어 간다면 국가적인 굴욕이라 할 수 있다. 계완 공주는 시아버지인 오왕 합려에게 겁탈을 당했던 것이다. 자신의 며느리를 욕보인 합려의 행동은 옳지 못했고 도망친 며느리를 빌미로 선전포고 한 것은 비열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라비인 구천이 분노하고 오나라와 싸우고자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오히려 아비인 윤상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의 딸을 희생하고 아들을 내치면서 그가 지키고자 한 것은 월나라일까, 자기 자신이었을까?

월왕 윤상과 오왕 합려는 역사적 배경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두 주인공 구천과 부차다.

만약 지금 세상에 두 사람이 태어났다면 좋은 협력자,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정의와 도리를 중요시하는 모습이 너무나 닮았다. 인간적인 매력이 이야기의 흥미를 이끌어간다고 할 만큼 멋진 사람들이다.

중국 역사 속 두 영웅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속으로 어느새 빨려 들어간 느낌이다. 첫 장을 넘기면서 도저히 중간에 덮을 수 없었다. 꽤 속도감 있는 이야기다. 오나라와 월나라 간의 대결 구도 속에 태자 구천이 폐위되어 쫓겨나고 왕자 부차 역시 왕위 쟁탈전에서 밀려 나는 상황이다. 아직 왕위에 오르기에는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는 것이다.

역사는 사람의 인생처럼 고난을 극복해 가는 과정 속에 있다. 나라는 전쟁을 통해 변화를 겪고 영웅은 나라를 구하고자 목숨을 다한다.

역사 소설을 통해 바라본 영웅적인 그들의 모습이 비단 역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내게도 본받을 점이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역사적 인물들에게는 치열했을 삶을 단순히 재미있다고 표현한 것은 얇은 지식 탓이다. 아무래도 역사 소설의 존재 의의는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와신상담>은 이미 지나간 역사지만 내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남았다.

낯선 중국 역사가 작가 리선샹을 통해 새롭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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