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설프게 아느니,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서양 중세사에 대해서는 애매하게 아는 것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중세 천 년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그동안 tvN <벌거벗은 세계사>, EBS <인물사담회> 등 여러 방송프로그램에서 대중에게 역사 강의를 해온 임승휘 교수의 신작이네요.
《천 년의 역사가 한눈에 보이는 최소한의 중세 수업》은 서양사학자 임승휘 교수의 초압축 중세사를 다룬 책이네요.
이 책은 21세기북스 출판사의 유튜브 채널 '인생명강'에서 진행된 강의 원고를 기반으로 한 내용이라서 중세사 개설서 혹은 입문서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우선 저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중세 = 인간 이성의 암흑기'라는 관점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네요. 야만적이고 어두운 암흑 시대의 중세 대신에 현대 유럽 문명의 뿌리를 이룬 역동적인 시대로 조명하고 있네요. 우리가 중세라고 부르는 시대는 통상 천 년이라는 긴 세월이기에 하나의 일관된 특징으로 묶어내기란 쉽지 않은데 이 책에서는 크게 네 가지 키워드, 즉 시공간의 개념, 중세의 귀족과 기사들, 중세인의 종교적 심성, 이단과 십자군으로 중세인의 세계관과 삶을 입체적으로 풀어내고 있네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시간관이 근대 이후 서서히 확립된 것이라서 중세와는 확연히 달랐다는 점이네요.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문물처럼 시간과 공간의 개념도 절대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과거의 어느 지점에서 만들어졌다는 거예요. 현대인의 직선적이고 진보적 시간 개념은 근대 이후에 등장한 것이고 그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세인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살았으며, 이것이 인간의 인간의 정신적 사유와 가치관이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네요. 그래서 중세 역사는 무지와 야만, 미신만이 지배한 시기가 아니라 고대의 유산을 이어받아 독창적 사유를 키워낸 시발점이자 신앙과 권력, 공포와 욕망이라는 인간의 다면성이 치열하게 충돌하며 문명으로 진화해가는 과도기였다고 볼 수 있네요. 중세사를 통해 인류 역사를 거대한 흐름 속에서 폭넓게 이해하는 시간이었네요. 저자의 말처럼 천 년의 역사를 한 권으로 요약한다는 건 무리일 수 있지만 중세에 관한 오해와 편견을 깨고, 중세만의 매력을 알아보는 데에는 전혀 손색이 없었네요.
"유럽의 중세인들에게 역사란 죄 많은 인간이 구원에 이르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의 끝에 세상의 종말이 있었으며, 모든 것은 신의 계획을 따랐다.
이는 현대인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오늘날 역사가들은 세상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신의 계획을 전제하진 않는다.
이는 역사가만이 아니라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시간에 끝이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여기에 영원함을 전제로 하는 근대 이후의 시간관과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20-21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