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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김밥처리반
손선영 지음 / 삼인서사 / 2026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불볶, 전비, 참마.
익숙한 명칭이지만 이걸 사람 이름으로 갖다 쓸 줄은 몰랐네요.
"불닭볶음을 좋아하는 큰언니는 불볶으로, 전주비빔 삼각김밥을 좋아하는 둘째 언니는 전비,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좋아하는 막내는 참마!"
친근하고 나름 귀여운 이름값에 비해 하는 일이 어마무시하네요. 세 사람은 평범해보이는 삼각김밥 공장을 비밀 근거지로 삼아서 놀라운 일들을 하고 있네요. 뭐냐면 말이죠.
손선영 작가의 장편소설 《삼각김밥처리반》은 블랙코미디 범죄 소설이네요.
제목만 봐서는 편의점에서 유효기간 지난 삼각김밥을 와구와구 먹어서 처리할 것 같은데 그런 가볍고 귀여운 '처리'가 아니라서 놀랐어요. 각자 좋아하는 삼각김밥 메뉴로 이름을 정한 세 사람은 낮에는 공장에서 삼각김밥을 만들고 밤에는 은밀하게 기묘한 죽음을 처리하고 있었네요. 범죄영화에 나오는 잔인한 킬러들은 아니고 킬러의 뒤처리 담당이라고나 할까요. 법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 법적으로는 지탄받을 일이지만 도덕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사건, 당연하지만 억울하게 죽음 앞에 마주 선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들 말로는, 어쩌다 모여 어쩌지 못할 일을 하게 된 것인데 이토록 깔끔하게 잘 해낼 줄은 몰랐던 거죠. 마블 영화의 영웅이나 초능력자였다면 모를까, 세 명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여성이라서 본인들이 언제든 잡힐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네요. 그래서 더더욱 아슬아슬, 정의와 범죄의 경계를 넘나드는 삼각김밥처리반의 활약을 숨죽여 지켜보게 되네요. 거침없는 말투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끈끈하게 이어진 세 사람은 세련된 전문 해결사도 아니고 화려한 영웅도 아니지만 진심이라는 강력한 힘으로 밀고나가는 모습이 멋져 보였네요. 투박한 날 것 그대로, 자신들의 방식으로 소외된 약자들을 도우며 따뜻한 응원과 유쾌한 웃음까지, 막연하게나마 상상했던 히어로였네요. 굉장히 소탈한 생활밀착형 히어로 트리오 덕분에 묵직한 범죄 누아르 장르의 처절한 생존극에서 따뜻하고 유쾌한 인간극장까지 두루두루 다양한 맛을 맛보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