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편집 후기 여름, 책
에밀리 헨리 지음, 이미정 옮김 / 윌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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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올해 폭염은 너무 지독했네요. 마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열기로 푹푹 모든 걸 삶아 버렸으니 말이에요. 신기한 건 엊그제부터 조금씩 그 열기가 가라앉고 있다는 거예요. 곧 가을이 올 거라는 걸 알리듯 말이죠. 조금 늦어진 휴가를 보내면서 제가 좋아하는 세 가지 조합의 이야기를 만났네요.

《여름 편집 후기》는 지금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로맨스 작가 에밀리 헨리의 책이네요.

우리의 주인공 노라 스티븐슨은 주변에 냉랭하게 얼려 버릴 정도로 차갑지만 유능한 뉴욕의 출판 에이전트인데 하나뿐인 여동생 리비의 제안으로 한적한 시골 마을 선샤인 폴스로 한 달간의 휴가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네요. 하필이면 휴가지에서 원고 평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섰던 유명 편집자 찰리 라스트라다를 우연히 재회하면서 또 한 번 원고를 두고 티격태격 지지고 볶다가 그만 사랑에 빠지게 되는 로맨스물이네요. 지독한 악연에서 시작해 연인으로 발전한다는 게 현실에서는 기적 같은 일이지만 원래 사랑이란 그런 거잖아요. 맨 처음에 노라의 이미지가 너무 차가워서 감정이 무딘 사람인가 싶었는데 가슴 속에 슬픔과 아픔을 감추고 있었던 거예요. 약한 마음을 보이지 않으려고 굳게 닫아버린 거죠. 엄마를 그리워하며 꿈 꾸는 장면이 안쓰럽고 슬펐네요. 겉으로 강한 척하면서 악역을 자처하는 노라에게 나타난 강적, 찰리 역시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휴가지가 주는 묘한 분위기 때문인지 서로를 알아가는 계기가 되네요. 뜨거운 여름, 책 그리고 로맨스. 그야말로 환상적인 조합으로 독자의 마음을 마구 흔들어놓는 이야기였네요. 실제로는 견디기 힘든 여름이었지만 어느새 휘리릭 지나버린 8월의 강렬한 열기를 닮은 로맨스 소설이었네요.


"안녕, 엄마." 리비가 엄마를 지나쳐 어릴 때 우리가 함께 썼던 방으로 걸어간다.

"왔구나, 우리 예쁜 딸!" 엄마가 반갑게 맞아주고 나는 허리를 숙여 엄마 볼에 가볍게 입맞춤하고 냉장고로 향한다. 여기까지는 순조롭게 흘러가다가 문득 한기가 내려앉는다.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느낌이다. 뒤를 돌아 아름다운 엄마를 바라본다. 엄마는 다시 책을 읽고 있지만 내 시선을 알아차리고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미소를 짓는다. "왜 그러니?"

내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첫 번째 증거다. 현실에서는 절대 울지 않으니까. 그런데도 나는 현실과 어긋난 그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76p)


"내가 좋아하는 책에는 절대 내가 원하는 결말이 나오지 않는다. 언제나 하나를 얻는 대신 하나를 내줘야 한다. 엄마와 리비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끝나는, 예쁘게 리본을 묶어 포장한 러브 스토리를 좋아했다. 나는 언제나 내가 왜 그와 다른 이야기에 끌리는지 궁금했다. 나 같은 사람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곤 했다. 간절히 바라는 것, 희망하는 것은 곧 가져보지도 못한 그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길이었다. 내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는 마지막 페이지에서 이렇게 말하는 책들이다. 한 번 지나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좋은 것은 무엇이든 끝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 그리고 나쁜 것 또한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 결국 끝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그래서 책을 펼칠 때마다 습관처럼 먼저 마지막 장을 넘겨 본다. 수많은 일들이 어긋나버린 삶 속에서도 아름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희망은 끝내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 그래, 넌 뭔가를 잃었어. 하지만 언젠가는 또 뭔가를 찾을 거야."

(369-3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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